"강한자는 살아 남는다"

세계일보 희망퇴직 기자 글 화제

회사측의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희망 퇴직한 세계일보 한 기자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퇴직한 세계일보 유우근 국제전문기자는 ‘세계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유 전 기자는 이 글에서 “1988년 8월 1일 세계일보 창간 멤버로 입사한 지 정확히 18년 1개월 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회사를 위해, 후배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스스로를 위안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었다는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를 인용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죽었는데/ 나만 살아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인 것을/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그는 “내 자신이 미워진 것 같다”고 심정을 나타냈다.

유 전 기자는 글 마지막을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 리자회정(離者會定)이라는 말대로 이 좁은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정리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 한 기자는 “실제 나가야 할 사람은 동요조차 없어 주의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강한자는 살아 남는다’는 표현이 잘 들어 맞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계일보를 떠나며’ 전문


회사 명예퇴직 방침에 의해 오늘자로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그동안 선후배, 동료 여러분의 도움으로 큰일 없이 근무를 마치게 된 것, 감사드립니다.
퇴직인사를 이메일 인사로 대신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우 여러분과 가족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6. 8. 31(목)    유우근 배상

세계일보를 떠나며

1988년 8월 1일 세계일보 창간 멤버로 입사한 지 정확하게 18년 1개월 만에 自意半 他意半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난 것이 약간 아쉽긴 합니다. 회사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봅니다.

그러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항로에서 숱한 만남과 이별을 겪게 마련이고 저로서는 얼마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오던 터여서 아주 담담한 기분입니다.

언론계 입문 이후 문화방송 10년, 세계일보 18년 모두 28년여의 기자 생활에서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혹시라도 제가 어쭙잖게 언론권력을 휘두르면서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힌 일이 없었는지 반성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회사를 떠나면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찾아 읽었습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죽었는데
나만 살아남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인 것을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브레히트와는 경우가 다르지만 아마 저도 ‘내 자신이 미워진’것 같습니다.

會者定離, 離者定會라는 말대로 이 좁은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되면 생맥주 한 잔이나 커피 한잔 쯤 나눌 수 있겠지요.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2006년 8월 31일

유 우 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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