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견제'라는 언론 역할 잊지 말길
김세의 MBC 스포츠팀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2.11 15: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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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의 MBC 스포츠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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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지겹게 끌어왔던 ‘군부대 초소 침범’ 사건이 대법원의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으로 끝맺음을 했다. 솔직히 1심과 2심은 사건의 당사자인 군사법원에서 내린 판결이었기에 민간법원인 대법원에서는 보다 열린 시각에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랬지만 역시 사법부의 판결은 아쉬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원의 결정에 당당히 임하고 있다. ‘정당한 출입절차가 가능했음에도...’라는 어이없는 판결문의 내용도 있었지만 나 자신은 취재과정에서 한 치의 부끄럼도 없기에 개인적인 문제는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기에, 내 인생에 아주 작은 빨간줄이 그어진다 해도 나는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판결은 판결이고, 앞으로 우리 법이 개선되어야할 부분에 있어서는 앞으로 다른 언론인들이 또다시 취재 과정에서 이같은 아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과 법이 좀 더 발전을 해나가길 바라는 바이다.
지난 2년의 시간 중 초반부 1년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바로 나의 소중한 취재원인 김OO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대학교 후배로 제대를 5개월 남겼던 그를 지키기 위해 군검찰의 보복성 기소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행여 군이 김OO에게 ‘불명예제대’라는 최악의 보복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OO이 제대하는 시간까지 일체의 대응도 하지 않고 심지어 1심인 보통군사법원에서도 군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나의 자세를 낮추었다. 언론인으로서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취재원 보호이기 때문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2005년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당당하게 거부해 법정모독죄로 3개월간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바로 1972년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헌법에 의해 보호될 수 없다고 한 연방대법원의 판결 때문이었다. 주디스 밀러는 법 위에 존재한 것도 아니었고, 당당히 감옥에 들어가면서 기자로서 법의 문제를 지적했던 것이다. 결국 2007년 미국 하원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문제점을 개선한 언론보호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이처럼 법은 언젠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기 위해 반드시 비판의 과정이 필요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할 것이다. 아울러 법의 심판에 당당히 임하면서도 취재원 보호라는 제일 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군사법원의 태도였다. 군은 자세를 낮추고 비판을 하지 않는 나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견제를 막기 위한 강력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권력은 언론이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절대 관용을 베푸는 것도 아니고 절충안을 마련하지도 않는다.
CPA를 합격해 이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 김OO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자신은 항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그동안 취재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자재해왔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군의 잘못을 보다 확실히 지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등을 떠나 여러 언론인들이 권력기관의 취재를 제한한 이번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일치단결해 지적해준 점은 참으로 큰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결국 당사자인 군사법원 조차도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스스로 형량을 낮춘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형’을 판결했던 것이다. 권력은 참으로 약자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요즘 미디어법 관련해서 정부와 언론사간에 시끄러운 일들이 많다. 물론 언론사들간에도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은 권력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관에 맞서는 아주 작은 견제기구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적인 이야기, 이념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군검찰이 나를 기소한 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고, 군법원이 나에게 징역형 판결을 내린 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이기에 어느 특정 정권을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관은 어차피 언론의 견제를 회피하고 언론의 힘을 약화해 자신의 뜻대로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은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관용적인 권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있지 않다.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가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권력은 더 이상 약자에게 배려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이번을 통해 너무나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직업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과정에 나에게 큰 힘을 준 것이 바로 기자협회였다. 기자협회를 통해 다른 언론사들이 흔들릴 수 있었을 나에게 자리를 잡아주었다. 1960년대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기에 이른바 권력의 언론 장악에 맞서기 위해 기자들이 기자협회를 통해 힘을 합쳐 싸웠던 것처럼 지금은 보수와 진보 등 이념논쟁으로 시끄러운 지금 언론이 과연 누구와 싸워야할지를 제대로 알아야할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바로 권력의 견제라는 점을 다시한번 잊지 않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