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창립기념식 백담사 오현 스님 축사
작성자 : 사무국   작성일 : -0001-11-30 00:00:00
늙은 산지기 이 사람은 첩첩산중 불향산곡(不響山谷)에서 매일 중앙일간지 3개, 지방일간지 4개를 정독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저를 두고 신문에 중독된 중환자라고 중얼거립니다.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나 같은 중환자가 없다면 기자선생들은 어떻게 처자권속들을 먹여 살리겠습니까?

이 사람은 30여년 전에 다음과 같은 시조 한 수를 지상에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1970년 방문(榜文)


진작 다 알고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산중에 혼자 앉아
채식만 한 탓이리

요즘은 신문을 펼쳐도
온몸에 번지는 두드러기.


신문사 편집실에 정보원이 출근하던 시대나 출입이 금지된 오늘이나 신문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신문사 사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졌다고나 할까. 오늘의 신문도 또 다른 반점이 온몸에 돋아나게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보고(見) 듣고(聞) 깨닫고(覺) 안다(知)는 것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일 뿐입니다. 거울에 비친 그림자는 허상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깊은 산 속 폭포수 떨어지는 소(沼)에 사는 고기는 폭포수를 타고 올라가고 없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그 속에 고기가 있는 줄 알고 밤이 새도록 물을 퍼낸다'고 했습니다.

당나라 늙어빠진 중놈의 입을 빌어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쫓고,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뭅니다. 여기서 흙덩이라는 것은 물질일 수도 있고, 어떤 말(言語)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는 어리석은 사람(愚者), 사자는 지혜로은 사람을 상징합니다.

이 늙은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고기 없는 소에서 물을 퍼내는 수고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흙덩이를 쫓는 개가 되지말고, 흙덩이를 던지는 놈을 물어뜯는 사자가 되십시오.

나이 38세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나이 38세 되도록 내가, 기협(記協)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커 보시길, 내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성추행이라는 것이 중생심이니, 앞산은 첩첩하고 뒷산은 중중할 뿐입니다.


2002년 8월 15일
설악산 늙은 산지기 무산 오현


첨언. 박재삼이라는 시인이 이렇게 읇조린바 잇습니다.

몸으로, 사내 대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기사를 쓸 때도 참기름 들기름이 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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