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월지서 발견된 고려 기와
궁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으며 진기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 삼국사기 674년(문무왕 14년)에 나오는 통일신라 인공 연못 월지에 대한 기록이다. 신라 별궁 터인 동궁과 월지는 국빈을 맞이하거나 연회를 베풀 때 사용됐다. 1976년까지 진행된 월지 발굴조사에서 나온 당대 유물만 3만3000여 점에 달한다.월지에서 나온 주령구(주사위)에는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소리 없이 춤추기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놀이와 함께 풍류를 즐기던 신라 사람들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통일신라가 935년 멸망하고
당신은 이번 선거에서 쓸 만한 질문을 던졌는가
선거가 끝났다. 선거를 앞두고 신문사나 방송사는 총선 보도를 위해 부서를 개편하고, 인력을 확충하며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회식을 하고 휴가도 보내준다. 언론인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선거 직후에 읽은 여러 칼럼 중 기후운동가 김현우 선생이 올린 모두 텃밭으로 가자라는 글이 와 닿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칼럼을 공유하며 당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코멘트가 마음에 들었다. 좋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은 밭을 원망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쉬운 이야기고. 어쨌든 총
세월호 10년, 저널리즘 본질을 생각한다
세월호의 기억이 어느덧 10년이다. 국내 언론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지도 올해로 10년째인 셈이다. 당시 우리는 무분별한 특종속보 경쟁 속에서 쉴 새 없이 오보를 냈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공감하지 못한 비인간적 보도를 남발했다. 취재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탓에 정부 발표에 의존하는 똑같은 뉴스를 반복하기도 했다. 생존자 수가 연신 바뀌는 대형 오보와 출처가 불분명한 추측성 보도를 매일 쏟아내는 언론을 사람들이 미워하고 불신하게 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이후로 10년. 우리는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의 탑을 다시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
드디어 총선 끝… 언론 제도 밑그림부터 새로 그려야
이제 확성기 소리는 끝났다. 하지만 정치권의 승패와 상관없이 언론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현직에서 적절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바로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문제는 여야 모두에서 반복됐다. 비판 보도를 향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주장으로 맞서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까지 총선 기간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며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방송심의위가 내린 결정들은 앞으로 법적 평가는 물론 끊임없이 공론장에 불려 나와 평가받을 것이다. 심의 과정에서 나온 위원들의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무릅쓰고 그런 선거방송심의위를…
여성은 꽃미남에 투표한다?
지난달 말의 일이다. 한 스포츠 구단한테서 문자로 영상 두 개를 받았다. 정규리그 분야별 투표에서 소속 구단의 선수를 뽑아달라며 투표권이 있는 매체 기자들에게 돌린 선수 관련 홍보 영상이었다. 분위기상 다른 구단 선수에게 다소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소속 구단이 준비를 참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영상은 오히려 선수에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 차별화된 영상이 문제였다.영상 제목은 OO상 △선수 영상_남자 기자 버전, OO상 △선수 영상_여자 기자 버전으로 되어 있었다. 남자 기자…
박민 닮은꼴 김백, 이러려고 YTN 돌아왔나
YTN이 민간자본에 넘어가고 김백 사장이 선임됐다. 라디오 진행자가 교체되고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는 일방적으로 폐기됐고 간판 프로그램 돌발영상은 불방됐다.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사장에 이어 보도국장이 임면동의제 절차를 무시하고 임명됐다. 김 사장 취임 닷새 만에 YTN에서 이뤄진 일련의 과정은 매우 익숙하다. 취임하자마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김백 사장의 행보는 박민 KBS 사장과 판박이다. 또 다른 일방통행이 불 보듯 뻔하다.마치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YTN에서 진행되는 일들은 저널리즘 가치를 팽개치고 자사 기자들이 취
'권력'을 위한 대외정책과 그 결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인구가 220만명이니 100명 중 1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사망자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4개월 뒤에는 가자의 주민 대다수가 기근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유엔 특별보고서도 나왔다. 작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입해 1400명을 학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의 이런 참상은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미국을 비롯한
공천 파동과 언론의 책임
제22대 총선 뉴스에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아무래도 공천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 이전까지 양대 정당의 뉴스들은 온통 당내 주류와 비주류, 혹은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간의 공천 갈등으로 뒤덮였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둔 시기까지도 공천된 주요 인사들의 비위에 관한 보도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국 공천이 선거 보도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검색어 공천이 들어간 기사가 2024년 3만2209건(4월1일 현재)에 달하고, 공약 2만1258건보다도 1만건…
'정치권 사생결단' 부채질하는 총선 보도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최하는 남자농구 디비전1 토너먼트를 부르는 애정 어린 표현이다. 미국 전역에서 68개 대학이 참가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로,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3월의 광란도 한국판 3월의 광란엔 미치지 못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얘기다.너 죽고 나 살자.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여야의 태도다. 핵심 주제는 딱 두 글자, 심판. 더불어민주당을 축으로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심판론과 최근엔 이조(이재명
실망과 모욕 주는 '여성 실종' 총선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너무나 위태롭구나.약 2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국면을 지켜보며 또 한번 이를 느꼈다. 누가 더 최악인지 겨루는 승부가 박빙인 이 기막힌 경기에서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스스로 만든 악재와 패착 속에 위기에 몰린 양당은 결국 가장 먼저 여성을 내던진다. 제 살기에도 급급하니 여성을 챙겨줄 여유 같은 건 없다는 식이다. 한국 정치가 여전히 기득권 중년 남성의 패거리 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각 정당의 옷 색깔은 다르지만 이런 본질은 같다.피 튀기는 공천 전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