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 기자는 최근 회사에서 진행한 외부기관 해외연수 추천 대상자 선발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탈락 사유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었다. 한국일보 노조는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차별이자, 불리한 처우에 해당되는 위법한 결정”이라며 사측에 사과와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23일 한국일보 노조 성명 등에 따르면 8월29일 이성철 사장, 권동형 전무, 이태규 논설실장, 김영화 뉴스룸국장 등이 면접관으로 참여한 해외연수 지원자 면접에서 이 사장은 A 기자에게 “최근 10년간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이 많았다. 연수보다 계속 업무를 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후 9월6일 김 국장은 A 기자에게 탈락 소식을 전하며 “가장 걸림돌이 된 게 출산, 육아휴직 때문에 적지 않은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연수라는 자발적인 업무 중단을 다시 받아들여주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발언했다.
이번 해외연수 선발 탈락 조치에 대해 노조가 문제제기하자 경영진은 “연수 대상자를 꼭 선발해야 하는 의무가 아닌 경영적 판단에 따른 인원 선발의 과정이고, 경력단절을 언급한 취지가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이 아닌, 데스크 역할 더 나아가 부장급의 역할을 하기 위해 현재 역량을 키워야 함을 논하는 차원에서 언급이 된 것”이라며 “본인이 제출한 경력개발계획과 연수지원서 및 인터뷰 상 얘기했던 내용과는 상이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지원자를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는 23일 성명에서 사측 입장에 대해 “육아휴직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업무 공백’을 언급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조합원은 육아휴직 외에 다른 사유로 인한 업무 공백이 없었고,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업무 공백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가 없었다.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차별이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육아휴직 기간을 빼더라도 10년 넘게 근속한 구성원에게 역량을 키우는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사측의 ‘연수 대상자를 꼭 선발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일보지부는 “특파원처럼 반드시 선발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연수 선발 탈락을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며 “해외연수는 단체협약에 명시된 회사의 대표적인 복리후생 제도다. 복지혜택을 누릴 기회를 배제시키는 것이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면 무엇이 불리한 처우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지부가 노무법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자문을 받은 결과 “회사의 해외연수 추천 대상자 탈락 조치는 과거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한국일보지부와 A 기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고용노동부 노동청 진성서 제출 및 신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일보지부는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에 지원한 기자는 2명으로 사측이 공지한 선발인원 ‘최대 2명’을 넘지 않았지만, 1명만을 선발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국일보지부는 “외부기관 해외연수 지원은 추천대상자를 사내에서 선발하는 ‘1차 관문’에 불과하다. 2022년까지는 탈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이성철 사장 취임 후 지원자 4명 중 3명이 탈락한 것”이라며 “많은 구성원은 육아휴직 사용까지 운운하며 사실상 유일한 재교육·재충전 제도인 해외연수 기회를 박탈하려는 경영진에 분노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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