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74)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킬 때 비로소 나타나는 세상

40년간 아동인권유린이 일어난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조복동씨가 인터뷰를 마친 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장진영(중앙일보), 오세림(전북일보), 홍윤기(서울신문), 김진홍(대구일보), 김범준(한국경제), 박미소(시사IN)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킬 때 비로소 나타나는 세상.’ EBS 지식채널 영상에서 본 문구입니다. 언시생(언론고시준비생) 시절, 한창 공부할 때 보았는데요. 보자마자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란 고민에 답이 되었거든요. 여전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허탈함이나 자괴감이 들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힘들었던 기억과 상처 받았던 날들에 대해 요모조모 물어보고, 절규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밀 때, 잔인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쓴 기사가 이 잔인함을 넘어서는 효용이 있을까, 상심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고민에 빠져만 있는 것보다,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 제게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던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조복동씨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소외되고, 잘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을 꾸준히 듣고, 전달하는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열심히는 물론 ‘잘’ 해보겠습니다.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요. 찰나같은 가을볕과 바람을 온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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