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위원장 지시, '김건희 명품백' 영상 긴급 안건 올려라"
[2024 국정감사 / 방심위] 서울의소리 영상 접속 차단 정황 드러나
'가짜뉴스 심의 추진'에 우려 표한 방심위 팀장들 인사 보복
류희림, 오후 6시 이전 퇴근 사례 208일 중 190일 지적도 나와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영상을 접속 차단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지난해 11월 류희림 위원장의 지시와 관련해 당시 이승만 방심위 통신심의국장과 고현철 통신심의기획팀장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공개했다. 대화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26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영상을 최초 공개하겠다고 예고편을 올리자 다음날 새벽 이를 ‘통신심의 긴급 안건’으로 올릴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승만 국장은 “위원장님이 어제 늦은 밤 11시 넘어 오늘 권리침해 긴급 안건 상정을 지시한 게 있다”면서 해당 영상 예고편을 첨부하고, “이 내용이 오늘 긴급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임. 본 기사가 오늘 저녁 9시에 오픈한다고 위원장님이 빨리 올려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다만 고현철 팀장이 “공인의 명예훼손 사안을 확인도 않고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맞서면서 긴급 심의 안건 상정은 무산됐다. 한민수 의원은 “밤 11시에 류 위원장이 긴급 심의 안건으로 올려 영상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새벽 1시30분에 김건희 여사 대리인 측이 방심위에 해당 영상에 대한 권리 침해 민원을 신청했다”며 “그 사이 사전 교감이 됐다고 봐야 되는 게 합리적 아닌가. 만약 담당 팀장이 안건을 받아들였으면 국민들이 지금도 모멸감에 치욕스러워하는 김 여사 뇌물 가방 수수를 몰랐을 뻔했다”고 질타했다.
이날 국감에선 방심위가 인사 보복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방심위 팀장 11명이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추진’에 우려를 표하는 실명 의견서를 냈는데, 이후 인사 상 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국감에 출석한 김준희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팀장에서 차장으로 강등된 분이 4명”이라며 “3급이라 강등시키지 못한 분들은 연구위원이라는 직함을 만들어 기존에 없던 팀으로 발령을 냈다. 실제로 강등된 사람들은 7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6시 이전 퇴근한 날이 91.3%... 한정석 선방위원 페이스북 글 논란도
국감에선 류 위원장의 근태를 지적하는 발언도 나왔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의 해촉 사유 중 하나가 근태”라며 “당시 오전 9시 이후 출근, 그러니까 지각을 많이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류 위원장의 경우 지각은 거의 없지만 임의 조퇴, 오후 6시 이전 퇴근 사례가 208일 가운데 190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시 이전에 간 날이 91.3%”라며 “그래서 차량 운행 기록을 봤더니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확인이 안 된다. 거의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 내리는 식으로 관용차를 운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류 위원장은 “정연주 위원장님의 오후 6시 전 퇴근 기록은 바로 집으로 간 경우를 말한다”며 “저는 바로 집으로 간 게 아니고 제 대외 업무 차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감에선 한정석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정석 위원은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 교육감 단일 후보 조전혁. 축하드린다”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노벨 번역상”이라 폄하하는 글을 써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류 위원장이 임명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선거방송을 심의하겠다고 하는 거다. 제정신으로 보이느냐”며 류 위원장에게 “이 의견에 동의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다만 류 위원장은 “글의 전문을 보지 못한 상태”라면서 재차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국감에선 방심위의 심의 행위가 국가기관의 언론 검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방심위를 민간기구가 아니라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이라 판결했다”며 “공권력이 언론 보도, 시사를 심사하는 것은 검열에 해당한다. 방심위는 원래 마약이라든지 음란물, 과장 광고 등 사회에 위해되는 요소를 제재하라고 만들어진 곳인데, 이것은 뒷전이고 보도 시사,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을 사후 심의라는 형식을 빌어 사실상 검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권력이 언론 보도 내용을 심사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면서 “중국 같은 나라 말고는 없다. 지금 류 위원장이 하고 있는 행위가 바로 제2의 보도지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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