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방송법 범국민협의회 준비모임’을 주재하고 위원 4인을 위촉했다. /강아영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범국민협의회 준비모임을 31일 발족했다.

우원식 의장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방송법 범국민협의회 준비모임’을 주재하고 위원 4인을 위촉했다. 위원장엔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선임됐으며,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신삼수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 겸임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우 의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는 방송법 개혁 범국민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자리”라며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보자 여야에 범국민협의회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방송법 개정 논의에 선도적 역할을 해주십사 오늘 이렇게 네 분을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그동안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본회의 통과, 거부권 행사 재의결, 법안 폐기 등 도돌이표처럼 이어져 왔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갈등이 되풀이됐다”며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이사 교체, 탄핵 등이 일상화되는 사이에 방송 현장과 현업인들 안에서의 반목과 혼란상황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방송법도 방통위도 이제는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권여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론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의장의 제안에 공감한다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나서주기를 요구한다. 오늘 위촉된 위원님들께서는 그동안 발의된 법안을 잘 점검하고 쟁점들을 비교해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이 마련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홍수 났을 때 마실 물 없다... "미디어 홍수 시대, 공영방송 가치 더욱 중요"

위원장을 맡은 이준웅 교수는 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이 교수는 “방송법을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고착 상태로 유지된 지가 벌써 10년, 오래된 구조까지 생각하면 20년이 넘은 상태”라며 “그래서 방송법,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훌륭한 대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진전된 결과가 없어 무기력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협의회가 매우 적절하고 또 희망을 보여주는 제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추천해서 들어오실 분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안들을 내놓고 장기적인 전망으로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내면서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사실 의제들은 이미 다 나와 있고 어떤 안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대충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서 일단 모이기만 하면 빠르게 의제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초기에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방송법 범국민협의회 준비모임’을 주재하고 위원 4인을 위촉했다. /뉴시스

도준호 교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 및 미디어 환경의 대대적인 규제 체계 변혁을 협의회에서 논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도 교수는 “현행 방송법에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무, 재원 등에 대한 것들이 구체화되지 않아 여러 문제가 지속된 것 같다”며 “공영방송이 안정적 재원으로 공적 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데 재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료방송과도 여러 방식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도 차제에 좀 해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디어 시장을 보면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 사업자의 약진,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의 위축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포함한 규제 체계의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같이 살펴보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과정을 기대해보겠다”고 강조했다.

EBS에 재직하고 있는 신삼수 교수 역시 “글로벌 OTT가 미디어 산업을 주도하면서 공영방송의 운영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소명을 다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원 충당이 절실하다. 위원회 한 사람으로서 언론 현업 종자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거버넌스는 물론 재원에 관한 입법에도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이종관 전문위원도 ‘홍수가 났을 때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공영방송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위원은 “미디어 홍수의 시대에 오히려 공영방송의 가치가 더 강조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 개인적으로도 모든 방송 정책의 시발점은 공영방송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믿고 있다.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