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두고 비속어를 썼다는 MBC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었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 발언은 '날리면'이 맞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비속어 논란 당일 윤 대통령에게 확인받은 결과 대통령이 직접 자기 발언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는 1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항소심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외교부는 이날 재판에 앞서 김 의원에게 받은 진술서를 10월10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2022년 9월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대화한 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는 보도에 해명했었다.
4쪽 분량 진술서에서 김 의원은 논란이 있던 당일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줬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은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를 구분해 부른다며 평소 언어 습관을 설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 확인한 이런 내용을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7월 심리를 시작한 재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집중한 1심과 달리 윤 대통령이 어떻게 ‘말했는지’ 확인해 보자며 재판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에 김 의원의 진술서를 받아 오라고 했는데, 김 의원은 ‘또 다른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수 있어 작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가 3개월 만에 진술서를 낸 것이다. 진술서 원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진술서를 받아본 MBC 측은 김 의원이 밝힌 내용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을 만나 발언을 확인받았다고 한 시점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9월21일 밤 11시다. 그런데 확인 내용을 공유받았다는 김 전 안보실장은 불과 한 시간 뒤 기자들을 만났는데도 ‘날리면’ 같은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 전 안보실장은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만 했을 뿐 발언이 잘못 알려졌다고 바로잡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다음 날인 22일 오전에서야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사이 밤새 대통령실이 추가로 내놓은 해명은 없었다. 한국 시각으로는 22일 아침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속어 사용이 처음 보도된 뒤 15시간이 지난 자정에서야 해명이 나온 것이어서 낮 동안 논란은 기정사실화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귀국한 뒤에도 며칠 동안 발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확언할 수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에 대한 증인 신청은 결국 기각했다. MBC 측은 항소심을 시작하며 김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신청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서면답변을 받아본 다음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부족하면 그때라도 조금 생각을 해보자”며 증인 채택을 미뤘었다. 김 의원이 이번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거짓이 있더라도 위증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외교부는 MBC 측이 새로운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도 MBC가 그동안 충분히 주장하지 않았냐며 선고 기일을 잡자고 말했다. 재판부는 한 번 더 변론하게 해 달라는 MBC 측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13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원만한 합의를 강조해 온 문광섭 재판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며 양측에 조정에 임할 의사가 없는지 또 한번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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