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사회2부장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를 가로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박장범 후보자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취재를 담당하던 사회2부 부장을 맡으면서 관련 보도를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7월 KBS 내부적으로 작성된 ‘진실과미래위원회 활동보고서’를 토대로 과거 박 후보자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 관련 기사의 승인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훈기 의원은 “박 후보자는 ‘기사 요건이 안 된다’, ‘정유라는 최순실의 딸일 뿐 본질이 아니다’ 등의 얘기를 하며 기사 승인을 거부하고, 후배 기자의 기사 수정까지 막았다”며 “태블릿 PC 보도와 관련해서도 취재기자가 최순실 것으로 볼 수 있는 강력한 증거들을 단독 취재해 리포트를 제작하자고 했음에도 방송을 취소했다. 오히려 태블릿 PC 진위 여부에 대해 계속 취재 지시를 하며 보도를 못하게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태블릿 PC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취재 지시를 한 것”이라며 “진위 여부가 논란이라면 당연히 취재 지시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정유라씨 보도와 관련해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장과 기자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얘기”라며 “아무튼 좀 더 확인하고 사인을 내겠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일명 ‘파우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박 후보자는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중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특정 상품의 경우 제조사가 붙인 공식적인 상품명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명품’에도 우수한 제품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해당 상품을 검색했을 때 공식 명칭이 ‘디올 파우치’였기 때문에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파우치냐 백이냐 가방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조그마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김건희 여사의 뇌물 수수 의혹을 축소하려는 의도이고, 이 표현을 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게다가 관련 질문을 하며 ‘정치공작’, ‘희생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렇게 되면 인터뷰이가 이 키워드를 받아 변명을 하게 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비판·견제해야 할 앵커가 정권의 구미에 맞는 단어와 표현들을 선택해 관련 의혹들을 축소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남 위장전입, 스쿨존 과속 운전, 교통범칙금 미납, 모친 부당 인적공제 도마에 올라
청문회에선 파우치 발언과 관련한 박 후보자의 거짓 답변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박 후보자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파우치라는 외래어를 순화하기 위해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는데, 실제론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적어도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을 질문했어야 한단 지적에 “당연히 물어봤다”고 답했는데, 후에 관련 질문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본인의 착각을 사죄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문회에선 장남의 위장전입과 스쿨존 과속 운전, 교통범칙금 미납, 모친의 부당 인적 공제 등 후보자의 법 위반 전력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후보자는 자녀 초등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미납해 7차례 차량을 압류당한 사실이 청문회 준비 과정서 드러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범칙금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내야 하는 게 맞는데, 제가 이사를 가는 과정에서 5건은 고지서를 늦게 받은 측면이 있다”며 “늦게 낸 것은 잘못된 행동이고 사과드린다. 스쿨존 역시 과속을 하면 안 됐는데 잘못됐다 생각하고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KBS는 최근 몇 년간 적자가 이어졌고 특히 올해는 800억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수신료 안정화에 주력하고, 철저히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해 콘텐츠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관련해선 “제작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동시에 데스크 기능도 강화하겠다”며 “공정성과 정확성, 신뢰성,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에는 엄격하게 문책하겠다. 팩트체크 시스템을 강화해 더 체계적이고 철저한 검증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일부 의원들의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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