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예고된 가운데 언론단체들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사퇴가 우선이라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구성에 반대하고 나섰다. 정권의 심기경호를 위한 선방위를 구성한다며 비판 받아온 류 위원장은 이번에는 극우단체에 심의위원 추천권을 주지 않았다.
90여 개 언론·시민단체들로 이뤄진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7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희림이 선방위를 또 구성한다면 내란 잔당의 집합소로 만들어 어떻게든 선거에 개입할 광경이 선하다”며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할 선방위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거방송 심의는 정상화된 방심위에 넘겨도 늦지 않다” 류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류희림이 할 일은 희대의 ‘민원사주’를 비롯한 그동안 범죄 행각을 수사기관에 고하고 합당한 처벌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이 위촉한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으로 지난달 국회 본회의 의결로 사퇴를 요구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방위는 선거 사유가 생긴 날부터 10일 안에 방심위가 구성해야 한다. 선방위는 선거일 뒤에도 30일 동안 운영되며 공정성, 객관성 등을 위반한 선거방송을 심의해 방송사를 징계한다. 국회 교섭단체인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외에도 방심위에서 지정한 언론인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심의위원 추천권을 갖는다.
방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심의위원 추천 단체를 확정했다. 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매번 추천권을 받아온 극우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는 배제됐다. 류 위원장은 “이번에는 그야말로 정치적 색채가 없는 순수시민단체를 알아봤다”며 “법률소비자연맹과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에 추천 공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위원 추천을 받은 뒤 11일 선방위 구성을 마칠 예정이다. 방심위도 심의위원 9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한다. 언론장악저지행동 구성원 20여명은 전체회의 시작 전 위원장실 앞에서 다시 시위를 벌이고 “떳떳하다면 이 자리에 나와 생각을 밝히라”며 류 위원장에게 언론탄압 비판과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지난해 구성된 제22대 총선 선방위는 역대 최다인 법정제재 30건을 의결하며 언론탄압 비판을 받았다. MBC 날씨 보도에 ‘파란색 1’ 그래픽이 등장해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까지 무더기로 심의 대상에 올려 중징계를 내렸다. 21대 대통령 선거는 윤 대통령 파면 두 달 뒤인 6월3일 실시가 유력하다.
박성동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