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뉴스 방송을 군부에 빼앗긴 것은 1980년. 하지만 그것을 되찾아 오는 7년 동안 CBS는 [하나]로 뭉쳤다. 99년 CBS 노조의 전체 파업은 [혁명]에 견줄 만했다. 45년 역사 상 [사내 문제]로는 처음이었다는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혁명은 실패했다. 노조위원장이 단식을 하다 병원에 실려갔고 상경 투쟁하는 전국의 노조원들을 단식 이틀만에 되돌려 보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이른바 [5@8 합의문]이라는 것이 나왔다. 한 간부는 기자회견장에 나온 조합원 앞에서 [이게 바로 너희들의 항복문서]라며 합의문을 흔들어댔다. 남은 것은 상처와 패배의식 뿐이었다. 개인주의가 깊어갔다. 한 기자는 {지금은 일선기자가 밖에 나가 무얼 하는지 데스크가 모를 정도}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퇴진운동은 다른 어느 때보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권 사장 임기 중에 벌써 세 번째 퇴진운동이다. 이제는 [일과성] 투쟁으로 받아들이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작년에도 그랬지 않느냐는 것이다.
{권 사장 퇴진 이후의 대안을 찾지 못할 만큼 CBS의 분위기를 침체시킨 것, 그것이 권 사장의 첫 번째 퇴진 이유입니다. 당연히 퇴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퇴진만 해서 당장 되는 것은 없을 겁니다} 한 보도국 기자의 말이다.
[보도국 분위기 하나만은 언론사 중 최고]라는 예전의 자부심을 기자들 스스로가 되찾을 수 없는 한, 권 사장의 퇴진은 CBS의 발전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혁명]의 아픈 추억을 딛고 [게릴라전]을 벌이는 노조가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