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발생하는 거의 모든 질병의 주범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다. 기자생활을 하는 이상, 스트레스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사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느슨해지기 쉬운 일상을 바짝 조여주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매일 되풀이되거나 누적되고 이를 잘못된 방법으로 풀어간다면 건강이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2000년 한국보건복지학회지에 수록된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의‘직업별 사망연령 조사에 따르면 12개로 분류된 직업군 중, 언론인이 65세로 평균수명이 가장 짧게 조사되었다. 이는 전체 평균연령인 71세에 한참 쳐지는 결과이며 평균수명이 79세로 1위로 조사된 종교인과는 급격한 차이를 보인다. 종교인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정신적인 안정감을 갖고 있어 장수를 용이케 하는 반면,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언론인들은 수명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있어서도 술자리를 빌어 폭탄주 등 독주를 선호하는 위험한 음주습관도 일조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정신노동,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군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받는 유무형의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부신피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된다. 코티솔은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높이고 임파구수를 감소시키는 등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덕분에 ‘신경성’이라 불리는 수많은 병들을 야기한다.
■ 기능성 위장 장애
스트레스 해소가 최우선
위의 기능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다. 즉 감정의 상태에 따라 기능이 저하되거나 좋아지게 된다. 따라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는 자율신경이 위를 압박해 위의 운동이 저하되고, 위산 분비도 줄어든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위산이 과도하게 배출되어 위점막이 손상되게 된다. 신물이 넘어오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명치끝이 아프거나 속이 더부룩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 검사상 별다른 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자칫 무시될 우려가 있어 위장약을 달고 사는 경우도 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나름대로 수용, 혹은 해소하는 자세를 기르는 정신요법이다. 명상이나 심호흡, 운동, 가벼운 취미생활 등을 통해 이를 조절해 볼 수 있다.
또 일정한 시간에 적당한 양의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능이 약화된 위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절해줘야 한다. 위장 기능의 기복이 심한 탓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고지방식품, 담배, 커피, 콩 등을 제한하는 것이 이롭다. 신선한 채소, 현미, 잡곡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도록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취침 2시간 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수분이 많은 주스나 우유는 식사 중에 마시지 말아야 한다.
■ 긴장성 두통
충분한 휴식·가벼운 운동 필수
취재, 마감 등을 되풀이하면서 극도로 긴장하거나, 차질이 생길 때면 두통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런 경우는 특별한 이유 없이 환경에 따라 갑자기 발생하는데 이를 ‘긴장성 두통’이라고 부른다. 긴장성 두통은 긴장하게 되면서 목과 두피근육이 수축돼 발생한다. 이렇게 수축된 근육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두피와 근육, 혈관에 분포하는 신경말단까지 자극하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
유형은 갑작스런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우발형과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만성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모두 임상적으로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지속적으로 띵하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띠모양으로 나타나고 옆머리, 앞머리, 머리꼭대기, 뒷머리, 목, 어깨 근육부위의 통증을 동반한다. 또한 이명 현기증 눈물분비 등을 경험하기도 하며 대개 오전 4-8시, 오후 4-8시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치료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안정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체 근육의 균형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 및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필수다. 두통이 심하여 견디기 힘들 때에만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만약 진통제에 반응이 없을 때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계통의 약물이 필요하다. 이때는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 과민성 대장 증후군
심리적 안정 취해야
뇌와 장은 장 근육의 자동적인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 섬유에 의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과도한 긴장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근육 수축의 이상을 초래하여 발병한다. 즉 장의 바깥층을 형성하는 근육이 어느 시기에는 너무 세게또는 약하게, 너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수축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기능을 하여 음식물이 소장에서 직장을 거쳐 항문 밖으로 자동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다.
이 병이 처음 명명된 것은 미국 남북전쟁 때였다. 격렬한 전투를 앞둔 병사들 사이에 전염병이라도 도는 듯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았다. 특별한 이상 없이 전투를 앞둔 시점에서 자주 발생했다고 하니 스트레스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대부분 신경성 질환이므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하며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배변 습관 등을 유도한다. 섬유소가 많이 든 음식이 도움이 된다. 식이 섬유는 위, 소장 통과시간을 지연시키는 반면 대장에서의 통과시간은 단축시킨다. 담즙산과 결합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 대변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변비가 주증상인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 자율신경 실조증
긍정적 사고와 운동으로 극복
몸 이곳 저곳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검진을 받아보면 정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혹자는 꾀병이라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본인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 한다.
스트레스는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면역기능, 내분비 기능,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뉘는데, 이들이 조화를 잃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 실조증이다. 특히 교감신경이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긴장하게 돼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만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스트레스를 야기할 만한 환경을 피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운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 불면증
저녁엔 소식, 바나나·호두 효과
만성적인 수면결핍은 하루나 이틀 밤을 꼬박 새우는 것보다 건강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친다. 원래 뇌는 인슐린 없이도 포도당을 분해, 에너지를 생성한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대사 효율이 떨어져 뇌 기능이 떨어진다. 잠이 부족할 때 창의력과 기억력, 분석력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포도당 처리 능력이현저히 떨어진 탓에 혈당치가 올라가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토록 한다. 결국 인슐린 길항 작용을 가져와 성인병인 당뇨에 이르게 하고, 체지방 축적을 가속화해 비만과 고혈압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코티솔은 노화를 촉진하고 비만을 유발하며, 기억력을 손상시킨다. 그밖에도 수면 부족은 갑상선 호르몬의 수치를 왜곡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불면증이 있으면 수분이 많거나 짠 음식,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든 음식은 피하고 특히 저녁은 소식하도록 한다. 카페인 음료 대신 둥글레차나 두충차를 마시면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잠재우는데 효과적이다. 바나나에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풍부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던 서태후가 애용했다는 호두에는 멜라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또한 야생대추의 씨앗을 건조한 산조인도 효과적이다. 잠들기 전 배가 고프다면 따뜻한 우유를 한잔 정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유나 치즈 같은 세로토닌이 많이 들어 있는 단백질 음식을 포함하여 신선한 야채나 과일류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