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방송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안을 무시하고 방송단체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반개혁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부안을 그대로 차관회의에 상정, 이것이 통과됨에 따라 방송위원회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방송단체와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대로 방송법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 3월13일부터 시행될 경우 방송개혁과 방송위원회 독립이라는 방송계의 염원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화부는 지난 4일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 방송위원회가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하고 입법절차를 위해 제출한 시행령안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채 문화부 기존안을 그대로 상정, 이를 통과시켰다.
쟁점 사항 중 이날 통과된 주요 내용을 보면 ▷방송정책 전반 및 편성관련 조항을 문화부장관과 합의하도록 하고 ▷지역민방의 SBS 편성비율을 50∼80%로 설정, 사실상 현행 유지를 허용하며 ▷민영 방송광고판매대행사를 광고공사 자회사로 만드는 한편 방송발전기금 관리권을 여전히 광고공사가 보유하도록 규정하는 등 문화부가 방송에 대한 영향력과 공익자금에 대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부가 방송위원회가 제출한 시행령 안 가운데 수용한 항목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위성방송 참여 33%한도 규정에서 KBS 특례 인정을 철회한 것과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월 100분 이상 편성키로 한 것 등 극히 일부이다. 문화부는 또 ▷인건비를 포함한 방송위원회 예산을 전액 국고로 규정, 사무처 직원의 신분을 민간인이 아닌 공무원으로 하도록 하는 등 ´방송위원회 사무처의 경우 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원칙으로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무시했다.
이같은 문화부의 반개혁적인 시행령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하자 방송위원회노조(위원장 신상근)는 4일 긴급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6일 오전 9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민주방송법쟁취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김중배·국본)도 방송법시행령이 변질될 우려를 보이자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방송구도의 밑그림이 될 시행령 제정에서부터 문화부에 굴종한다면 방송위원회의 독립은 요원한 일"이라며 "방송위원 9명 전원이 총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문화부에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방송위원회노조가 지난 2일 ´문화관광부는 방송위원회를핫바지로만들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문화부의 반개혁적 방송법시행령 작업을 규탄한다"고 비판한데 이어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련, KBS노조, MBC노조 등이 각각 성명을 내고 ´문화부의 반개혁적 방송법시행령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방송위원회는 이에 앞서 문화부안 중 10여 개 항목을 수정한 방송위원회 시행령안을 지난 2월28일 최종 확정하고 이를 29일 문화부에 제출했다. 방송위원회 시행령안 가운데 문화부안과 대비되는 항목은 ▷문화부와의 합의 범위 중 프로그램 수급 및 제작, 유통 등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업자 구도 변경에 관한 사항 및 프로그램 편성 비율 등 항목 삭제 ▷방송발전기금관리의 위탁범위를 기금의 예치 및 인출 등 출납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 ▷공익자금의 방송발전기금 전환 주체를 방송위원회로 규정한 것 등이다. 방송위원회는 이외에도 ▷KBS와 EBS의 방송발전기금 2/3 차등 징수 불인정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위성방송 참여 33%한도 규정에서 KBS 특례 불인정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월 100분 이상 편성 등을 골자로 한 방송위원회의 독자적인 시행령안을 확정했다.
한편 국본은 이 같은 방송위원회 시행령안과 관련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월 100분 편성을 주 30분으로 할 것과 ▷지역민방의 SBS 편성 50% 이상 금지 조항 유예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할 것 등 일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