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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지역발언´ 적극대처를

단순나열.피상적 비판은 오히려 조장 부추겨

편집국  2000.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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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되돌아오는 한국의 고질적 망국병 [지역감정]이 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둔 현재 벌써부터 활개를 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또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잇달아 쏟아내자 언론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듯 소개하였다. 그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정치인 못지 않게 언론에도 큰 불신과 지탄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물론 모든 언론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행태를 지탄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자극 발언 소개 현황을 보면 그 보도가 과연 지역감정 조장을 비판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불을 당기자는 것인지 헷갈릴 경우가 많다. 어떤 매체는 지역감정 발언을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전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의 불순한 의도를 [지상중계] 또는 [확대재생산]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여러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자극 발언을 백화점식으로 단순나열함으로써 도대체 누구의 발언이 더 자극적이고 악랄한 것이었는지 분간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느 언론사를 막론하고 이같은 발언을 나열한 뒤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관련 학자의 반대의견이나 사법당국의 단속방침을 살짝 걸침으로써 공정한 선거보도 임무를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이 지역감정을 최소한 조장하지는 말아야 한다면, 지역감정에 편승한 발언을 아예 무시하여 보도하지 말자는 제안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이들 발언이 지역현장에서만 맴돌 뿐 전국적으로 전파되지 않아 불필요한 확대재생산을 막을 수 있으며 [정치인들의 고도의 술수]에 놀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ㅇㅇ지역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몽땅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따위의 발언이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언론이 지역감정 조장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감정이 이 사회의 주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라면 막연히 확대재생산만을 우려해 이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론이 일정 수위를 넘는 발언을 한 인사 중 대표적인 몇 명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 사정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댐으로써 더 이상 그들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선례를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일제히 뿌리 뽑을 순 없더라도 지역감정의 [불씨]를 청소하는 것 역시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 신문이 매일 지면에 최악의 지역감정 자극 발언을 한 인사들의 명단과 그 내용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끝으로 그동안의 정치관련 언론보도가 그랬듯이 정치인, 정치부 기자 중심의 공급자적 입장의 뉴스 생산 관행을 탈피해, 독자, 시청자, 유권자들의 요구를 최우선시하는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노력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과감히 시도돼야 할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