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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가 본 한국의 선거보도

통일문제 외면 이해할 수 없어 ´지역감정´ 선거때만 야단법석

안번작  2000.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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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번작 독일 ARD TV& 라디오 서울지국장



외신, 그것도 독일 공영방송의 한국 특파원 입장에서 우리 언론의 4·13 총선 보도를 읽고 있노라면 이따금 궁금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가령 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통일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지금의 상황은 정말이지 의아하기만 하다.



입후보자들이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기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경우 언론이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온 답변을 제시하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이었다면, 특히 독일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통일 문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통일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질문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 같다. 한반도에서 통일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테니까.

총선거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서 질문하지 않았을 리도 없을 것 같다. 총선거가 대한민국의 입법권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는 것쯤은 상식에 들어가니까.

생각이 이쯤에 미치면 그저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저 궁금증만 쌓아둘 뿐인 것이다.



지역감정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외신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역감정 문제가 이렇듯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의아스럽기만 하다.

유럽의 경우에는 지역주의가 대단하다. 그런데도 지역감정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민족은 물론 종교까지 다른 경우가 허다한데다, 지역정서라는 것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화두(話頭)´라고까지 표현한다. 우리 민족의 경우 단일 민족인만큼 지역감정 따위는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믿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지역감정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다가 선거 때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선거용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그 손익은 어떻게 되는가.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고, 누가 얼마나 손해를 입는가.



이런 궁금증은 좀체 풀리지 않는다. 반면에 약간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종종 눈에 띈다.

언젠가 어느 공중파 방송에서 지역감정을 주제로 한 토론 프로그램을 내보냈을때의일이다. 토론자들은 각 당의 뭐뭐 한다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데, 토론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했다.

그래도 각 당의 대표로 나왔다는 사람들이 말꼬리만 붙잡고 늘어지며 싸우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해당 방송사는 그대로 녹화해 방송했다. 주제를 토론하도록 유도하고, 정책 대결로 끌어들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또한 나의 궁금증을 복돋웠다. 어째서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