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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대 노조위원장 출신 부산일보 조영동 편집국장

12년전 그때의 초심으로, 언론 사상 첫 파업 주도...´3인 추천제´로 취임

김상철  2000.11.14 14: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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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일보 편집국은 기대와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다. 조영동 신임 편집국장 때문이다. 조 국장은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식 취임했다.



3인 추천제는 입사 20년 이상, 편집국을 5년 이상 떠나지 않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득표순으로 3인을 추천, 회사가 편집국장을 임명하는 제도다. 통상 최고 득표자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한다. 조 국장은 부산일보 노조 초대위원장으로 이 제도를 관철시킨 장본인이다. 88년 7월 편집권 독립의 기치를 내걸고 언론노조 사상 최초의 파업을 단행, 6일만에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쟁취해냈다.

조 국장은 "특별한 감회는 없다. 신문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책무에 오히려 중압감이 많이 든다"며 담담하게 취임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신문이 시대변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었다"고 평가하며 정보통신 등 경제분야 강화, 기자들의 디지털 마인드 제고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현안인 총선보도에 대해서는 "설문을 의뢰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지역정서에 맞는 정당은 어딘가´라는 문항을 만들었길래 삭제해 버렸다"면서 "지역감정 관련 보도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국장은 노조위원장으로 있던 89년 광주전남@부산경남 노조협의회를 만들어 세미나 등 교류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물론 편집국의 기대와 긴장감이 ´회사를 한번 바꿔봤던´ 조 국장의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일, 6일 잇따른 편집국 인사는 사내에서 ´전례 없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먼저 부장단 세대교체를 단행했으며 편집기자 9명을 대거 외근부서로 발령내기도 했다. 박창호, 박병곤 부국장(3@4대), 이헌율 사회부장(5대), 장지태, 이춘우 편집1@2부장(8@9대) 등 역대 노조위원장들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인사 이후 조 국장은 "대대적인 승진도 있었고 외근을 원하는 사람들은 다 내보내줬다.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이젠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12년 전에는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이제는 정말 신문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변화의 진원지, 조 국장이 밝힌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