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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판매 전쟁 재연 우려

중앙일간지 너 나 없이 경품경쟁, 청동탁자·선풍기에 6개월 무가지 제공

김 일  2000.11.14 19: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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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서의 과열 신문 판매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살인사건으로까지 치달은 96년 판매 전쟁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본보가 23일~25일 강남·서초·강서·양천·일산·분당·산본 등 수도권 7개 접전 지역에서 판촉전을 부추기는 동아·조선·중앙일보 지국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모든 조사 대상 지국에서 경품을 주고 있었다. 공짜신문도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에서 규정한 2개월 기간을 지키는 지국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지국에서는 또 경품과 공짜신문 배달 기간을 주택가, 상가, 아파트 단지에 따라 차별을 두었다. 최근 사용되고 있는 경품의 구입가격은 최소 6000원 이상이며 일산·분당 등 신도시에서는 4만 원을 호가하는 품목을 얹어 주고 있다. 경품으로 쓰이는 제품은 중국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3사 중에서도 중앙일보는 다양한 품목과 물량을 갖추고선 지국마다 공통적으로 "원하는 사은품을 구해 주겠다"면서 최저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무료로 신문을 넣어주겠다는 태도다. 중앙일보의 경품은 밀레니엄 시계, 믹서기, 선풍기, 김치통 세트, 계산기, 전기 스탠드, 선풍기, 열풍기, 피자 프라이팬, 커피 메이커, 교자상, 벽걸이 시계, 옥이불, 원목 상, 원목 탁자, 청동 탁자, 휴지통, 종합CD백과 등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구이용 돌판, 벽시계, 밀레니엄 시계, 믹서기, 원목 탁자, 세제 세트를 뿌리고 있다.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 회장사인 동아일보도 밀레니엄 시계, 계산기, 칼 세트, 주방 세트, 국그릇 세트, 지압기구, 공구 세트, 경보기, 믹서기를 경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3사가 제시한 무가지는 모두 서울 시내 지국에서는 3~4개월, 신도시는 6개월이다.



중앙일보 금창태 사장은 최근 김영모 기자협회장을 만나 "대외비"임을 전제하고 "더 이상 독자 확장 경쟁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본보가 조사한 판매전의 실상은 중앙일보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로 요약되고 있어 신문사의 통제력 한계를 벗어난 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중앙일보는 판매국 사원들에게 ▷구독료를 카드로 결재하는 방안 ▷백화점 고객을 독자로 유치하는 방안 등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신문사에서도 지국의 생존 경쟁으로 책임을 미루고 있으나 이 역시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우수 지국장들에게 하와이 여행을 제공했던 조선일보는 지난 14일힐튼호텔컨벤션 센터에서 대규모로 전국 지국장 대회를 열었다. 이날 방상훈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지국장 등 1200여 명은 "조선일보 300만 부 돌파" "영원한 정상을 지킨다"는 결의를 다졌다.



물론 3사만이 경품과 무가지를 뿌리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를 포함한 중앙일간지 지국에서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한겨레 일산 지국은 빗자루형 청소기를 제시하고선 "원한다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청동 탁자가 들어오는 즉시 배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출혈 경쟁이 심화된 데에는 신문협회 책임도 크다.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회회는 지난해 7월 경품 제공을 일절 금지하도록 신문공정경쟁 규약을 개정한 지 6개월만에 "시장 현실에 맞게 규정을 조정하겠다"며 수도권 지역에 한해 특례 조항을 신설, 경품을 허용했다. 2월 1일부터 시행된 이 조항은 유료 구독기간 구독료 총액의 6% 이내 6000원~7000원 상당의 경품 제공을 용인한 것. 판매협의회는 무가지 2개월 이내로 제한한 규정과 경품류 제공 조항 1차 위반시 100만 원의 위약금, 2차 위반시 재발방지 경고와 추가 위약금 100만 원, 3차시 200만 원 위약금과 해당 지국 해약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으나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게 판매부서의 공통적인 목소리이다. 같은 지역에서 서로 경쟁 지국 위반 사실을 사진이나 물증으로 확보하고 있어 ´형평성´을 내세워 사실상 처벌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을 96년 살인사건으로까지 몰고 간 ´판매 전쟁´이 재연되는 분위기로 평가한 한 중앙일간지 판매 책임자는 "이사철인 3월 말에서 4월 말까지가 판매 전쟁의 최대 격전 기간"이라며 신문 지면 개편도 이 시기 이전에 마무리되는 게 오랜 관례인 점을 들어 "후진적인 판매 경쟁 방식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한 중앙일보 한 기자도 "수입은 광고에서, 지출은 판매로 대부분 빠져 나가는 기형 구조가 지속되다 보니 기자들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왜곡된 신문 시장 구조의 개선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