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지역발전 파수꾼'의 자부심으로

"난 그래도 지방지 기자가 좋다"

기고  2003.08.13 14:45:52

기사프린트

유 열 강원도민일보 경제부 차장





‘11시간 04분’

기자협회가 발행한 기자통신 7월호(통권 55호) 10쪽에 실린 ‘부서별 기자평균 근무시간’이다.

중앙과 지방을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지의 경우 인력과 시설면 등에서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문을 만들고 있음을 많은 기자들이 동감할 줄 안다. 하루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신문 만들기에 쏟아 부으면서도 대부분의 지방신문 기자들이 낮은 보수체계와 열악한 제반 환경으로 인해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을 안고 있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신문은 지역의 뉴스, 지역의 발전·삶의 질·생활정보·지역 이익과 여론의 대변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반면 중앙신문은 그 많은 지면 가운데 지방소식은 고작 1∼2개 면을 할애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소재한 강원도는 제주도와 함께 1개 면을 할애하는 중앙지가 대부분이다.

서울에 소재한 재경 언론사의 전국 신문판매 시장과 광고시장 점유율은 80%를 넘고 있다. 지방신문은 전국적으로 20% 미만의 판매시장을 가까스로 확보하고 있으며 발행지역의 10∼20% 정도 판매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일부 중앙지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문경영의 근간인 광고 역시 원천적인 지방경제의 취약성에 더해 인적·물적 자원이 우월한 재경 언론사의 지방시장 공략과 물량 공세 때문에 지면 채우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방신문의 이같은 환경은 현실화하지 못한 저임금, 복리후생문제 등으로 이어져 많은 동료 선·후배 기자들이 기자직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고향을 지키려는 지방지와 지방 기자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실제로 지방신문들은 지방정치, 지방경제, 지방교육, 지방학술, 지방문화, 지방스포츠 등 지방 모든 분야의 가치와 역할을 증대시키고 발전을 지원하는 고유역할로 꿋꿋이 빛을 발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의 관심사와 필요한 정보제공, 여론의 수렴 및 대변, 지역 공동체의 번영과 육성, 각종 공익성 행사를 통한 지방의 발전 등 전방위적이며 그 역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것이 바로 지방신문의 정체성이다. 지역 뉴스로 채워진 지방신문이 지방의 독자들에게 제공될 때 진정한 지방신문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예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강원도민일보의기획시리즈 ‘태백권을 살리자’라는 기사는 중앙지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태백 탄광지역의 문제점을 파헤친 것으로 결국 ‘폐광지 지원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처럼 중앙신문이 해낼 수 없는 지방신문만의 고유 역할과 성과는 다른 지방지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비록 서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이런 사실들은 지방신문과 그곳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이 지역발전의 견인차이자 파수꾼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넥타이 멘 군바리’ ‘하루살이’ ‘공휴일 없는 직업’…

우리 조직이 만들어 낸 기자의 별칭들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삶이 냉철한 시각으로 역사와 현실을 꿰뚫어 보고 ‘지역발전의 진정한 파수꾼’으로 보람을 느낀다면 이 보다 더 큰 뿌듯함이 있을까? 비록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보수도 열악하고 남들보다 쉬는 시간이 부족한들 이만한 보람을 안고 사는 직업이 흔할까?

“지방신문 동료기자 여러분. 내고장 발전 선진 파수꾼의 자부심을 갖고 힘을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