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 기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요즘이 아니라 96년 당시 증면경쟁을 우려하던 얘기들이다.
그때의 종합경제지 증면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일반 종합지에 버금갈 정도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는 기자들이 "이대로라면 52면 체제로 갈 여지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라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지금 52면은 기본이다.
먼저 매일경제는 지난 2월엔 주 304~312면을, 3월 들어 316~344면을 발행하고 있다. 현재 주말 40면을 제외하면 평일 평균 56면을 넘어선다. 한국경제는 2월에 주 288면에서 3월 6일자 지면개편과 함께 348~352면으로 늘어났다. 주말판도 40~48면을 넘나들며 평일 평균 60면 대를 발행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때로 72면까지 치솟기도 한다. 매일경제 역시 창간일인 지난 24일 전후로 연일 64면을 쏟아냈다. 종합지에서는 동아·조선·중앙일보가 52~60면 정도를 발행하고 있다.
반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양사의 편집국 인력은 200명을 밑돈다. IMF 이후 해마다 공채 선발을 했지만 나간 사람들을 고려하면 기껏해야 ´제로 베이스´라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기자들은 "전례 없는 발행면수"라며 "´특집의 고정화´ 등을 비롯해 이것저것 늘어난 업무량의 체감지수는 훨씬 높다"고 말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지면이 줄어들 여지가 없는 것은 물론 광고 때문이다.
올 들어 양사는 연일 광고수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월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즘 ´결산 유치 대회´를 벌이고 있는 몇몇 신문사와는 대조적으로 결산공고를 직접 들고 와 실어달라고 할 정도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실제로 얼마나 이익이 될 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대표적인 증면의 방편으로 애용되는 특집 면의 경우 광고단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 기업체 홍보 담당자는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어차피 광고는 정해진 예산에서 집행한다"면서 "특집 면의 경우 신문사에서 알아서 깎아준다"고 말했다. 한 경제지 기자는 "면 배정되면 광고를 요청해야 할 일이 생긴다. 어차피 정해진 돈에서 주는 건데 부탁이나 하면서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매일경제, 한국경제의 경우 각각 대한매일·세계일보·중앙일보와 경향신문·문화일보에 인쇄 외주를 주는 문제도 있다. 통상 섹션 인쇄 1건 당 추가로 최하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잃는 것도 만만찮다는 말이다.
경제지의 한 부장은 "몇몇 업체에 광고 부탁할 일이 생기면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럴 경우 기본적으로 기사는 기자의 ´감´대로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기사는 무뎌지고 지면은 정보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기업에 가치경영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신문은 물량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고호황을 ´만끽하는´ 다른 한편 스스로 기자와 언론의 ´단가´를 깎아가면서 면수를 늘일 가치가 있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