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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 뺨치는 경제지 증면 전쟁

매경.한경 '광고 많다' 평일 60면 안팎 발행

김상철  2000.1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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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메우려다 보면 정작 필드에 나갈 시간이 없다."

"이런 식의 물량경쟁은 결국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경제지 기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요즘이 아니라 96년 당시 증면경쟁을 우려하던 얘기들이다.

그때의 종합경제지 증면경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일반 종합지에 버금갈 정도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는 기자들이 "이대로라면 52면 체제로 갈 여지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라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지금 52면은 기본이다.

먼저 매일경제는 지난 2월엔 주 304~312면을, 3월 들어 316~344면을 발행하고 있다. 현재 주말 40면을 제외하면 평일 평균 56면을 넘어선다. 한국경제는 2월에 주 288면에서 3월 6일자 지면개편과 함께 348~352면으로 늘어났다. 주말판도 40~48면을 넘나들며 평일 평균 60면 대를 발행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때로 72면까지 치솟기도 한다. 매일경제 역시 창간일인 지난 24일 전후로 연일 64면을 쏟아냈다. 종합지에서는 동아·조선·중앙일보가 52~60면 정도를 발행하고 있다.

반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양사의 편집국 인력은 200명을 밑돈다. IMF 이후 해마다 공채 선발을 했지만 나간 사람들을 고려하면 기껏해야 ´제로 베이스´라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기자들은 "전례 없는 발행면수"라며 "´특집의 고정화´ 등을 비롯해 이것저것 늘어난 업무량의 체감지수는 훨씬 높다"고 말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지면이 줄어들 여지가 없는 것은 물론 광고 때문이다.

올 들어 양사는 연일 광고수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월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즘 ´결산 유치 대회´를 벌이고 있는 몇몇 신문사와는 대조적으로 결산공고를 직접 들고 와 실어달라고 할 정도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실제로 얼마나 이익이 될 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대표적인 증면의 방편으로 애용되는 특집 면의 경우 광고단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한 기업체 홍보 담당자는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어차피 광고는 정해진 예산에서 집행한다"면서 "특집 면의 경우 신문사에서 알아서 깎아준다"고 말했다. 한 경제지 기자는 "면 배정되면 광고를 요청해야 할 일이 생긴다. 어차피 정해진 돈에서 주는 건데 부탁이나 하면서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매일경제, 한국경제의 경우 각각 대한매일·세계일보·중앙일보와 경향신문·문화일보에 인쇄 외주를 주는 문제도 있다. 통상 섹션 인쇄 1건 당 추가로 최하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잃는 것도 만만찮다는 말이다.

경제지의 한 부장은 "몇몇 업체에 광고 부탁할 일이 생기면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럴 경우 기본적으로 기사는 기자의 ´감´대로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기사는 무뎌지고 지면은 정보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기업에 가치경영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신문은 물량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광고호황을 ´만끽하는´ 다른 한편 스스로 기자와 언론의 ´단가´를 깎아가면서 면수를 늘일 가치가 있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