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컴·퓨·터·를·켜·며] '실명 공개한대요'

김 현  2000.11.14 00:00:00

기사프린트

시민단체가 지난달 23일 기자 실명 모니터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선감연)가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메일과 함께 이름을 공개한 기자는 모두 22명. 항의 대상 17명에 칭찬 대상 5명이다. KBS는 기자 메일을 공개하지 않아 일부는 전화번호로 대신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 공개와 비공개의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항의 메일 대상자로 이름이 오른 대부분의 기자들은 선감연 보고서조차 보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도 아직까진 잠잠하다. 그 중 한 기자는 "지금껏 항의성 메일은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고발창구 ´데드라인´에는 지난달 21일부터 한 일간지 기자의 기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 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1일 현재까지 조회 수 92번에 고발 동의는 단 한 건이 있었을 뿐이다. 해당 언론사에서도 이 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기자 실명보다 언론사 실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까. 30일 선감연이 ´정치불신 조장 보도 KBS가 으뜸´이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내자 KBS 홍보실이 가장 먼저 알고 "제목에서 빼달라"는 주문을 해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보도 모니터가 예년과 다른 점을 두 가지로 꼽는다. 불공정 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행동´과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과의 ´연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기자 실명 공개과 같은 시민단체의 ´행동´에도 사이버 공간은 잠잠하고 정작 기자는 모르고 있다. 선감연은 3일부터 신문에도 기자 실명 모니터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아예 ´항의 메일 발송팀´을 꾸려 메일 발송 실적을 ´관리´할 계획이다. 이쯤되면 기자도 자신의 이름을 한번쯤 ´관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바쁜 선거철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