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시작된 기자실 개방과 브리핑제 도입은 문화관광부, 세종로 종합청사 이어 최근 과천청사까지 동참하면서 전 부처로 확산됐다. 과거 폐쇄적으로 운영돼 오던 잘못된 취재관행을 개선하고 일부 언론사에 독점적으로 제공됐던 정보를 모든 언론사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출입제한은 취재에 상당한 제약이 된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커다란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장?차관들과 실국장들은 내실 있는 브리핑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취재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한편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만큼 기자들도 전문성을 제고하고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등 취재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대통령 '오보와의 전쟁'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언론과의 갈등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언론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취임 초기인 지난 3월 11일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을 소개하며 “앞으로 오보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되면서 ‘오보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공식화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한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 등 4개 신문사를 상대로 각각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의 소송 제기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도 위축으로 이어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소송 자체가 정치적 쟁점이 되자 노 대통령은 서울지법에 임기가 끝나는 2008년 2월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해 달라고 신청했다.
△신문고시 개정, 공정위 직접 규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 규제할 수 있도록 신문고시를 개정, 지난 5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신문고시 11조를 개정, ‘공정경쟁 규약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사업자단체가 우선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우선적으로’라는 표현을 삭제해 자율규제 이전이라도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직접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신문은 “정부의 언론규제로 비판?감시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언론시민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신문시장 정상화의 단초가마련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6개월여가 지나도록 공정위가 구체적인 시행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채 이렇다할 규제를 하지 않고 있어 경품 제공 등 불공정거래행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료일간지 창간 붐
지난해 5월 메트로가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올해 6월 데일리포커스가 창간되면서 국내 무료일간지 시장이 급성장 했다. 특히 지난 11월 문화일보가 am7을 창간, 무료일간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한매일, 헤럴드미디어 등 기존 일간지들의 창간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무료일간지 ‘열풍’은 무엇보다 신문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면서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반면 신문은 ‘공짜’라는 부정적 인식도 확산시키고 있다. 또 판매와 광고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존 신문들을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가판 의존도가 높고 타깃 독자층이 유사한 스포츠신문은 가판 판매율이 약 30%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료일간지가 1~2개 이상 추가로 등장할 경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법조비리보도 기자 유죄판결
대전법조비리를 특종 보도한 대전MBC 기자들에 대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리자 언론의 고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대전지법은 지난 6월 20일 대전MBC 전?현직 기자 4명 중 한 명을 법정구속하고 3명에게 징역 4~8월에 집행유예 1~2년과 사회봉사명령 80~12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법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킨 보도에 대해 법원이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중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법원의 무리한 법 적용을 비판했다.
한편 지난 5일 있은 항소심에서는 한 명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나머지 3명에게는 500~7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1심에 비해 형이 가벼워졌으나 유죄를 선고받은 기자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동아일보 굿모닝게이트 오보 사건
동아일보가 지난 7월 16일자 1면에 굿모닝게이트 연루 정치인을 실명으로 보도했다가 대형오보로 밝혀져 1면에 정정보도와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사건은 속보경쟁, 한건주의 등 언론계 관행의 문제점과 확인취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면서 언론계에 경종을 울렸다.
동아일보는 당시 검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 “검찰이 굿모닝시티 윤창렬 대표로부터 ‘김원기 문희상 이해찬 신계륜씨 등에게 거액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거론된 정치인들은 즉각 동아일보를 상대로 수십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익명 처리된 기사를 하루에 2~3건 정도 무작위로 추출해 재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오보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 AWSJ 기고 파문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이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한국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해 파문이 일었다.
정 차장은 지난 8월 21일자 AWSJ에 “많은 한국 기자들은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정부관리들은 기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지면을 통해 “한국 기자 전체를 매도했다”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 차장이 보도 직후 “‘과거정부’라는 표현이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잘못 표현됐다”며 공식 사과했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일신문 기자 2명은 국가와 정 차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파문
한나라당이 지난 10월 KBS 방송의 편파성과 시청자 선택권 제한 등을 이유로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문광위에 제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현업인, 원로들, 언론학자,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는 공영방송의 재원구조와 수신료 운영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안없이 수신료의 징수방법만을 문제삼는 것은 KBS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단체들이 ‘공영방송지키기국민연대’를 구성하고 한나라당의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각계의 거센 반발과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사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확산
MBC‘미디어비평’이 100회를 맞았고, 각 방송사들도 기존 매체비평 코너를 강화하거나 새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방송사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양적?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였다.
MBC ‘미디어비평’은 지난 11월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으로 이름과 포맷을 바꾸며 새로운 실험에 나섰고, KBS도 지난 6월부터 ‘미디어포커스’를 신설, 본격적인 매체비평 영역에 뛰어들었다. EBS도 지난 10월 ‘미디어 바로보기’라는 40분짜리 독립프로그램을 편성했고, 언론인권센터가 기획?연출하는 '김영호의 언론 바로보기'(RTV)도 지난 4월부터 매주 30분씩 전파를 타고 있다.
△DTV 전송방식 갈등
방송사 노조와 기술인들이 DTV 전송방식 변경을 요구하며 진행한 철야농성이 100일을 넘어섰고, 각 방송사와 방송협회도 디지털 전환 일정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DTV 문제가 올해 방송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통부와 방송위가 최근 DTV 해외실태조사를 마쳤고, KBS는 자체적으로 비교시험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미국방식과 유럽방식을 둘러싼 정통부와 방송계의 의견 대립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DTV 전송방식 문제는 연말 광역시 디지털 전환을 기점으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광역시 디지털 전환을 반대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 KBS와 MBC 노조 등은 어느 한 곳이라도 광역시 디지털 전환을 개시할 경우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