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차기 집행부에 바란다

특집  2004.02.26 01:25:53

기사프린트

회원과 함께 하는 협회 되길



-김천구 일간스포츠 편집부 기자



2003년은 일간스포츠로서는 그야 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기자 조판제 도입과 분사 그리고 남산으로의 사옥이전, 여기에다 지하철 무가지 공세.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 변수들…. 기자 생활 14년 동안 겪은 일보다 많은 일을 한해에 다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간스포츠 지회만 이런 일들을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와 언론 현장이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협회가 발족할 때와는 시대가 정말 많이 변했다. 기자통신 11월 호 여는 글에서 이상기 발행인이 ?왜 기자가 됐는지, 어디쯤 서 있는지? 되물었듯이 새 집행부는 ?왜 협회가 존재하는지 초보적인 물음에 답부터 해야 한다. 협회는 회원을 위해 우선 존재한다. 우리 내부의 환경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처, 처방전을 내야 한다. 현업에 있을 때의 문제뿐만 아니라 연금제도 같은 노후를 위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 언론노조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40년 전통의 기자협회다.

때문에 지난 2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집행부에 거는 기대는 단순하고 현실적이다. 기자 협회의 회원이라는 동질감 회복에 더 현실적인 노력을 배가했으면 한다. 국제교류나 남북교류, 지방언론 지원법, 연수기회 확대 등 이전보다 기협의 영역이 많이 넓어졌다. 그럼에도 기자상 시상이나 하고 성명서 몇 번이나 내는 곳으로 소박하게 비춰져서는 안 된다. 협회가 벌이는 일련의 사업들이 그림의 떡같이 느낄 때는 소속감이 안 생긴다.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도 회원들의 참여 폭을 넓혀, 언제나 회원과 함께 하는 가까운 협회가 돼야 한다.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런 협회가 됐으면 한다. 또 전체적인 균형을 맞출 수 있기를 바란다. 어려운 때 중임을 맡은 집행부의 건승을 빈다.











지방언론육성법 제정 완수하길



-오융진(대전일보 기획취재부 차장)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분야가 지방화와 지방분권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자협회 차기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나온 여론을 슬기롭게 반영하리라 믿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그동안 한국기자협회장 선거가 여러 차례 실시됐지만 지방 기자들은 큰 관심이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집행부가 지방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현상이 누적되다보니 나와 무관한 단체로 여겨왔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열악한 지방언론에 대해 애정을 갖고 누구보다 많은 노력해온 이상기회장이 연임됐다. 그만큼 지방 언론의 기대도 크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법 제정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방언론사에 몸담은 기자로서 차기 집행부에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빈사지경의 위기에 처한 지방언론 특히 신문사의 회생에 도움이 될 지방언론육성법 제정을 완수해달라는 것이다. 지방기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지역민들에게 알차고 참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욕으로 가득 찬 지방기자협회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애써주었으면 한다.

다음으로 기자협회 운영에 지방의 참여기회를 더욱 확대해주길 바란다. 기자협회의 회원이나 대의원수를 비교해보면 지방이 절반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지방 기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서울 뿐 아니라 지방 차원의 교류나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많은 관심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겠다.









기자들을 부지런히 만나라



-매일경제 사회부 김은표 기자



지난 전국대의원대회는 기자생활 만 6년을 조금 넘긴 나에게 기협의 존재와 사명을 생각하게 만든 사실상 첫 경험이었다. 취재현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기협에 무관심으로 일관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장선거가 끝나고 출입처로 돌아오면서 무관심에 대한 반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나같은 기자들이 많지 않을까? 회장선거가 300여명 기협 대의원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이런 염려의 연장선상에서 39대 회장과 기협에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앞으로 2년간 기협은 기자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여의치 않으면 이메일을 이용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39대 회장 공약에는 △기자사회의 자존심 회복 △전문성 제고 △언론개혁 등 기자들의 변화욕구가 이미 잘 반영돼 있다.

그러나 독자의 요구와 취재환경은 변했지만 기협이 실제로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 기자들을 자극했는지는 의문이다.

법조팀에 속해 있는 나도 달라진 독자의 요구를 피부로 느낀다. '경제신문이 왜 법조팀을 운영하는지'를 묻는 독자는 이제 거의 없다. 오히려 이런 물음은 언론계종사자들의 단골 질문이다. 정치인들의 사법처리 기사도 중요하지만 법원의 판단이나 검찰의 수사가 기업이나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기존 취재관행을 따라야 하는지, 기자윤리강령이 실제 지켜지는지, 훌륭한 선배가 더 일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데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고민하는 기자가 적지 않다. 다만 이들의 고민을 공론화하는 것이 바로 회장과 기협의 몫이다.

꼭 지회장이나 대의원을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입처 별로 혹은 입사연차별로 기자들을 직접 만나는 기협회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2년후 몇가지 공약을 실천했는지 묻기 보다 "이 선배, 그동안 몇 명의 기자를 만나 무슨 얘기를 들으셨나요?"라고 한번 묻고 싶다.











본령에 충실한 기협이 되기를



-문화일보 인터넷뉴스팀 박상주 기자



기자 너 댓명을 통솔하는 일이 벼룩 한 말을 몰고 다니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기자라는 위인들의 주장이나 개성이 워낙 이리저리 튀는 ‘족속’이어서 그만큼 의견조율이 어렵다는 비유다.

그러니 7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어려운 중책을 또 다시 2년 동안 떠맡게 된 이상기 39대 기자협회장에게 축하와 위로의 말을 함께 전한다.

기자들마다의 견해가 다르더라도 기자협회가 지켜야 하는 본령이 있는 법이다. 그 본령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기자협회 홈페이지 첫머리에 올려져있는 기자협회 소개의 일부를 옮겨보자.

“(기자협회는)1971년 ‘자유언론 수호를 위한 행동강령' 제정을 시작으로 1973년 '언론자유 수호결의', 1974년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잇따라 채택하며 정권의 언론 탄압에 분연히 맞서 싸웠고, …(중략)… 이러한 언론민주화 운동의 흐름은 1990년대 이후 언론 개혁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상기 회장의 재선은 지난 2년간 그가 쌓은 훌륭한 업적 때문이다. 그러나 38대의 활동이 기자협회의 본령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평가한다면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지난 기자협회 집행부의 활동방향은 언론개혁 등 ‘언론인 본연의 화두’ 보다 해외연수 등 ‘기자 복지'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보니 거리를 두어야 할 ‘자본’과의 관계가 너무 밀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차기 기자협회 집행부가 할일이 여럿 있겠지만 가장 중차대한 것은 현재 우리 기자들의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동자들의 분신이 줄을 잇던 지난 11월 어느날 저녁 서울 무교동 포장마차에서 만난 김중배 선생의 일갈은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경구로 와 닿는다.

“21세기의 한국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분신하며 죽어가고 있는데, 이 땅의 기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실질적 기자 보호시스템 마련해야



-조일준 한겨레 문화부 기자



또 새해가 밝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새해 각오를 다지고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모든 조직도 해가 바뀔 때마다 구성원들의 소망과 의견을 듣고 조직운영의 목표를 밝힌다.

기자협회도 거의 매년 기자협회에 바라는 글이나 새해 소망 같은 글들을 기자협회보나 기자통신에 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언론인 권익 강화, 복지 개선, 건강한 언론상의 구현, 기자협회의 관료주의화 비판, 자기계발과 재충전 기회 제공, 지방언론 육성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난해, 혹은 몇년 전 기자들의 이러한 소망과 바람은 지금 얼마나 이뤄졌을까? 이번에도 여전히 비슷한 바람들이 나올까, 아니면 새로운 것들이 있을까? 개인적인 짐작으로는 아무래도 앞의 것이 많을 것 같다. 끊임없이 자각하고 요구하고 실현해야 할 근본 과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구두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바람 역시 지금껏 나온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때보다 언론환경이 격동했던 한 해였다. 정부가 건강한 긴장관계를 얘기할 때 기자협회는 정치권력을 포함한 경제, 문화, 성, 지배담론 등 권력 일반과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그런 고민의 열매를 일선 기자들과 얼마나 공유했는지 궁금하다. 그들만의 집행부가 아닌, 실질적인 소속감과 유대감을 증진할 구체적 방안들이 마련됐으면 한다. 모든 집행부의 고민이었겠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기자들의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키울 수 있는 방안들이 다양화하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 실질적인 기자(언론) 보호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기자들이 보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 경우 그보도가 언론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면 기협이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언론노조가 해야 할 일과 기자협회가 할 일이 따로 있다고 본다. 그 차이는 직업인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기자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회원과 협회의 거리감 좁혀져야



-YTN 전략기획국 이교준 기자



38기 집행부는 국내외 연수인원 확대, 지방언론발전지원법 입법 등 기자사회의 권익 옹호와 언론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기협이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특히 지난 2년간 어렵사리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기 위해선 기자협회와 회원 사이 거리감이 좁혀져야 한다. 협회의 땀이 일선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일선의 기대가 협회의 안테나에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 공동체’라는 느낌이 회원 사이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차기집행부는 무엇보다 이 간극을 좁히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 점에서 회원들의 대화창구가 될 기협 홈페이지의 개선은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회원 DB 구축은 물론 전문 지식이나 관심 분야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버 카페나 인터넷 동아리 등이 활성화 된다면 논의와 토론의 장은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여기에 SMS 등 유효적절한 대화도구를 통해 홍보가 강화된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 차기집행부는 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기협의 위상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방송통신의 융합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자 개개인은 전례 없는 자기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기협은 이 시대 변화를 감안해 새로운 비전과 기자상을 제시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책연구기능 강화나 전문방송인육성프로그램 개발 등은 그 실천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기 신임 회장이 세밑에 토마스 칼라일의 ‘오늘’이란 글을 보내왔다. 척박한 여건 속에서도 기협 앞에 주어진 ‘오늘’을 치열하게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회원들의 관심과 헌신이 조금씩 더해진다면 이 의지는 꿈 같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판과 감시 게을리 말기를



-박은주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대우



요즘처럼 문화부 기자들이 '사익'을 위해 뛰는 예도 드물다. 많은 신문이 문화부에서 미디어면을 맡고 있기 때문에문화부는 항상 타사의 공격 방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디어면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담아내기보다 신문사와 정권, 또는 신문사와 방송사, 더러는 신문사끼리의 싸움터가 되고 있다.

자성하는 언론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자성이 어렵다면 타성(他省)이라도 해야 하는데, 기자협회조차 어정쩡한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협회보를 통해 언론의 정파적 게임을 중계방송하고 있을 뿐이다. 이럴 경우 과장된 논조의 보수와 진보적 입장을 취하지 못하면 이슈와 대항 이슈를 서로 퍼붓는 현장에서 소외된다. 한국일보처럼 '중도'를 표방하면 '얘기가 안 된다'고 미리 배제된다. 언론의 언론인 기자협회보조차 이런 식의 센세이셔널리즘이나 극단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한국의 모든 언론에게 당파적이기를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자정신? 이제는 전주대사습 놀이에서나 볼 수 있는 한 때의 '덕목'이 된 듯하다. 하지만 기자를 기자이게 하는 것은 낡은 것 같지만, 여전히 유효한 기자 정신이어야 한다. 한 회사에 '채용된 기자'들이 당파성을 향해 치닫고 있고, 협회가 그들의 격전을 팔짱끼고 보고만 있다면, 이건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다.

상업지는 기사의 파급력으로 승부한다. 바꾸어 말하면, 기자협회를 포함한 독자의 반응이 상업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기자협회는 당파적으로 왜곡되기를 강요당하는 기자의 글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감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기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그것이 진정 기자를 위한 협회가 할 일이다.











지역방송 소리에도 귀 기울여라



-진주 MBC 이종승 기자



신문개혁과 방송?통신 융합 논의가 활발한 즈음에 이상기 회장이 재선출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완수해 달라는 기자들의 절박한 요청이자, 이번 집행부가 이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의 표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동시에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으면서도 이렇게 당부의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새 집행부에게 몇가지 당부의 말을 간곡히 전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방송의 소리에 더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지역 방송인들은 지금 뉴미디어의 광풍에 잔뜩 움츠러있다. 뉴미디어는 지역방송에 ‘기회’보다는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기자들은 비판보다는 타협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들에게 기자정신을 되찾자고 용기를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현재 방송계 최대의 현안인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이 방송사의 밥그릇 문제가 아닌 시청자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왜곡하고 있는 일부 언론들에게 기자협회는 뭔가 할 말을 해야 한다.

색깔있는 기자협회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드리고 싶다. 협회보만 보면 최근 언론의 핫이슈를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마나한 비판이나 단순한 정보전달로는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간의 활발한 비판을 기자협회가 주도해야 한다.

기자들이 비판정신을 잊는 순간 그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 또한 보수화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상기 회장은 한국의 토종 황소를 연상시킨다. 느리지만 잘못된 흐름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황소같은 집행부이기를 기해대 본다.











언론환경 변화에 적극적 대처해야



-김귀근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



2003년은 언론계에도 취재 및 보도관행 등 여러 면에서 파장을 던진 한 해였다. 우선 취재환경이 급속히 변화됐다는 점이다. 무시로 드나들던 정부부처 사무실의 출입이 금지되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품’이 원천봉쇄된 곳도 있다. 그만큼 기자들의 취재여건이 열악해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선진국의 관행인 만큼 잘 됐다는 평을, 또 다른 쪽에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오보와의 전쟁?이 마치 저인망식 게릴라전으로 전개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법의 심판에 기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글 한자 잘 못 쓰면 집 날아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어야 했다. 이러한 모든 환경들은 일선 기자들을 짓누르고 언론계를 ‘3D업종’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알 권리’와 ‘막을 권리’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도 또 어떤 동지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난파선의 부러진 돛대에 매달리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최전방에 서 있는 곳이다. 그동안 부여된 위상에 걸맞게 기자들 편에서 충실한 대변자역할도 해온 게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자협회가 단순히 ?친목? 수준을 넘어 다양한 환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화된 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했으면 한다. 변하고 있는 언론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정부에 말할 것은 과감하게 하는 속칭 ?끝발?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밖에 매달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에 대해서도 매월 ?의무적인 선정?에 앞서 좀 더 권위를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긍지 갖고 취재현장을 누비고 싶다



-SBS 지회장 이기성



"기자가 죄인이다"

요즘 현장에서 취재하는 많은 기자들이 자조적으로 내 뱉는 말이다. 밥과 술 얻어 먹고 기사 써주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죄인...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갈수록 가중되는 업무와 빡빡해지는 취재 환경은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대다수 기자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은 자존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가 점점 힘들어 진다는 데 있다. 일례를 들면 정부가 브리핑제 도입을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정말 한심한 경우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브리핑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공무원들의 수준 낮고 질 낮은 브리핑 내용. 질문하면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하고, 보충 취재라도 할라치면 마치 가까이 하기에 역겹다는 듯 기자 접촉 금지 운운... 열거 하자면 한이 없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자존심과 긍지를 가지고 취재현장을 누비고 싶다"

새해엔 기자협회에서 이 문제에 좀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자협회가 그동안 치중했던 기자 사회 내부의 문제점 지적도 좋지만 이제는 격변하고 있는 취재 여건과 문제점, 개선점, 대안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세심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기자 복지에도 관심을 넓혀달라는 얘기도 하고 싶다. 많은 부분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기자들이 복지에 목말라하고 있다. 새해엔 좀 더 많은 기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부분을 계속 다양하게 개발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기자 사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추스려줬으면 하는 것이다. 신문,방송,통신 등 매체마다 나름대로의 환경과 여건이 달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칫 따로 놀기 쉬운데 대한민국 기자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기자의 권익 보호와 취재 환경 개선에 다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기자협회에서 중심을 잘잡아줬으면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우선이다



-무등일보 조덕진 지회장



요즈음 같은 격변기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언론,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것은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고 기자 본연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리트머스 역할을 하는 언론은 객관보도라는 미명에 몸을 숨긴 채 무책임한 보도를 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을 일삼았다. 서울이라는 무대의 움직임을 보도하는 중앙언론의 취사선택은 여전히 부끄러운 ‘지난 언론’이었고 지방지 역시 입맛 따라 요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같은 행태에 대해 심판이야 국민들이 하겠지만, 기자정신을 곧추 세우고 언론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더욱 절박하다.

그리고 기자협회는 그같은 자기반성의 한 가운데 서 있어야 할 것이다. 협회는 기자의 권익에 우선해서 기자의 사명과 역할의 정당성에 현미경을 들이대야 할 것이다.

협회가 기자 권익이나 대변하는 창구 노릇을 해서야 다른 이익단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언론(기자)을 향한 국민들의 왜곡된 시각을 탓하지 말라. 그것은 바로 지난날 우리가 살아온 바 데로 국민들이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것일 뿐이다. 먼저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 나라 검찰을 생각해보자. 지난해 초 만해도 그들은 ‘검사스럽다’는 등의 온갖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시민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검찰청사를 방문하고 있으며 ‘안짱’ ‘송짱’이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지난 봄의 검사와 올 겨울의 검사가 다르지 않지만, 달라진 그들에게 국민들은 극단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그 극단의 차이를 언론도 냉정히 생각해야 할 때다.









기협 활동의 시작은 투명성제고부터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코스닥에 등록된 공개기업은 최고 가치가 투명성이다. 기업이 투명해야 이를 믿고 투자할 사람이 늘어난다. 또 회사는 투자자들의 자본을 모아 투자를 계속해 이윤을 극대화시킨다. 회사는 그 이윤의 일부를 투자한 주주들에게 배당함으로써 부를 함께 이뤄 나간다.

협회도 이같은 공개기업의 메카니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금전적 이윤이 아닌 회원들의 권익과 관련업계를 대변하는 역할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자협회 집행부도 기자들에게 신뢰와 성원을 얻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생각한다. 물론 현 기자협회 집행부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선기자들의 성원과 호응을 높일 수 있는 기본이 투명성에서 시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실 제시할 만한 특출난 복안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가 취재하는 주식시장에서 그 답을 얻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투명성은 공개기업가치의 기본이다. 결산보고서 제출만으로 끝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기업들은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경영과 실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보편화가 되고 있다. 또 이같은 노력 자체가 투명성을 높이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협회도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을 일선기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협회는 협회보를 통해서든 인터넷을 통해서든 운영과 회계 투명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방법을 정례화, 구체화해야 한다. 기자협회가 언론개혁과 기자의 권익옹호가 대외적인 지향점이라면 투명성 제고는 언론인의 결속을 협회중심으로 모으게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