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자실 출입 문제를 직접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 박 장관이 최근 문화관광부 공보실 관계자에게 "교통방송 출입 기자가 기자실을 출입하면 기자들 반응이 어떻겠느냐. 분위기를 한번 알아 보라"고 지시한 것.
이를 전해들은 일부 출입 기자들은 서울시 교통관리실 산하기관인 교통방송의 위상, 공무원이라는 기자 신분의 한계를 들어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 출입 기자는 "서울시 공무원이 뉴스 보도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언론의 역할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통방송 보도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되던 10일 기자 회견장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선희 교통방송 차장이 기자회견 중에 박지원 장관에게 질문을 하자 기자들이 "교통방송이 이제 이런 것까지 취재, 보도하느냐"며 반감을 표시했다.
이선희 차장은 기자실 출입 거부에 대해 "한국 언론에 남아있는 특이한 출입처 제도에 문제가 있으며, 타 언론사에 배타적인 출입처의 분위기는 이해할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기자실의 교통방송 출입 불허가 단순히 ´배타적인 출입처 분위기´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문화부 출입 기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 타임스가 기자실 사용을 요청해 왔을 때 "문화 산업이 강화되는 시대 흐름에 비춰보면 이제 문화부 기자실 문턱도 낮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에도 보도 기능 확대를 둘러싸고 언론계의 반발을 샀던 교통방송이 보도 기능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다. 기자 4명을 충원하고 오전 9시, 오후 7시 뉴스를 신설해 하루 뉴스 시간도 70분에서 85분으로 늘렸다. 보도 부문도 교통사고 위주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시사·정치 뉴스 보도로 넓혔다.
그러나 타사 기자들은 뉴스의 확대가 교통·생활정보 제공, 교통지식 홍보, 도난차량 범인의 공개 수배 등 교통방송의 설립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개국 당시 방송 허가 사항인 ´교통·기상 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 사항 전반´에 보도 부문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정승원 교통방송 보도방송부장은 이에 대해 "정치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이상 정치 뉴스도 생활 정보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방송허가 사항에 나와 있는 ´방송 사항 전반´에 보도 부문도 포함해서 보아야 하고 다른 특수 방송의 뉴스 보도도 대부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타사 기자들은 "생활 정보 개념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다"며 "이렇게 된다면 교통방송이 타 방송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송이 목적을 벗어난 보도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서울시 산하기관이라는 위상으로 볼 때 그 보도가 결국 권력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서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