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1시 24분, 인터넷신문 이데일리에 ´제일제당이 삼구쇼핑을 인수한다´는 한 줄 짜리 기사가 떴다. 이 소식은 34분 한국경제 홈페이지, 46분 연합뉴스에 연이어 등장했다. 당일 오전 9시 10분 5만8500원, 10시 6만500원이었던 삼구쇼핑 주가는 11시 40분 6만6000원으로 치솟았다.
인터넷매체의 이른바 속보특종을 접하는 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기존매체 위주의 보도 양태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는 이달 들어 ´한국통신, 국내 6대그룹과 위성협정´, ´이건희 삼성회장 6일 귀국´, ´다이얼패드, CMGI 자본 유치´ 등을 첫 보도했다.
머니투데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29일 하루에만도 ´하나로통신 나스닥 상장 확정´, ´모건스탠리 한국증시 유망 상향조정´, ´인성정보 시스코와 계약체결´, ´옥션 쌍용정보 코스닥 심사 통과´ 등의 속보를 쏟아냈다. 이달 들어서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성도ENG 공매도 사건을 집중 조명, 기관투자자들의 문제와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해 ´개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 매체의 게시판에는 ´연이은 속보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격려와 ´남 다 아는데 긴급이냐´, ´정확성도 기해달라´는 주문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데일리의 한 기자는 "속보와 팩트는 인터넷매체에 맡기고 기존 매체는 심층·분석기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변화의 조짐은 속보에만 있지 않다. 지난달 30일 ´두루넷의 KOREA.com 도메인이 베트남인에게 넘어갔다´는 뉴스를 특종 보도한 인터넷신문 뉴스보이는 이미 지난 2월 대검 컴퓨터 전담 사이트에 해커가 침입한 사실을 KBS와 공조 취재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아예 ´특종´ 메뉴를 별도로 마련해 ´총선연대 홈페이지 욕설 글 국회 의원회관 컴퓨터서 보내´, ´김정일 총비서 국제통화 내용 서방 정보기관서 도청´, ´철도노조 국정원 직원에 돈 줬다´ 등의 기사를 올려놓고 있다. 인터넷한겨레도 지난 1월 게시판에 오른 한나라당 홈페이지 해킹 사실을 취재·확인해 특종을 엮어냈다. 주목되는 바는 이같은 특종들이 곳곳에 포진한 ´사이버 기자´들의 성과라는 점이다.
김미경 인터넷한겨레 뉴스부장은 이와 관련 "1명의 기자가 맡을 일을 수많은 기자들이 달라붙어 취재하는 형국이다. 한번 글이 뜨면 여러 사람을 거쳐내용이검증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뉴스가치도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그런 수많은 정보 가운데 잘만 잡아내면 특종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 언론사 기자는 "경제뉴스의 경우 속보에 집착하다 자칫 언론플레이에 놀아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인터넷매체의 관계 설정과 기존 취재·보도 방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