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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회 한국기사상 수상 소감 • 심사평

특집  2004.02.26 04: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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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파장 더할수록 개인적 혼란 커져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 술집, 호텔서 향응 받아 파문/한국일보 이태규 기자



구름 위의 고봉같던 상을 타게 되서 기쁘고, 지난 1년 같이 고생한 동료 선후배님들에게는 혼자 수상하게 되어 송구스럽다. 더 훌륭하고 공들인 특종기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진에도 감사 드린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 ‘양길승씨 향응’사건을 기자보다 한참이나 먼저 보도했던 청주의 ‘충북리뷰’에는 빚을 진 기분이다.

지난 여름, 솔직히 기사가 나간 뒤 걱정과 격노로 잠 못 드는 일이 많았다. 부인되던 기사의 내용들이 차츰 사실로 밝혀질 때는 짜릿함도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파장이 더해가면서 기사를 쓴 것이 잘한 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개인적인 혼란이 찾아왔다. 더구나 의혹만 쌓여 사건이 특검과 국회 청문회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기사가 사회혼란만 부채질하지 않았는지 겁이 나기도 했다. ‘이런 파장을 알았다면 기사를 썼겠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진실을 파헤쳐, 보도하는 기자의 본분이 한편으로 외롭고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것도 이번 일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언론과 기관까지 나서 보도에 무언가 흑막이 있는 것처럼 의혹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생각해보면 당시 의혹에 휘말렸던 한 친구는 이런 기자에게 ‘고마운’ 사람이었다. 데스크가 알면 혼낼 일이지만, 지난해 7월30일 팩트 확인이 끝나고 기사화하기 직전 그 친구에게 “혹시 그곳(청와대)이 난처해질지도 모르겠는데, 취재가 됐으니 미안하게 됐다”고 미리 알려줬다. 돌아온 말은 “친구 이전에 기자 직에 충실해야 하는 너의 입장을 이해한다, 알았다는데 어쩌겠느냐”는 게 전부였다. 이 통화 탓에 ‘정보를 고의로 흘렸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을 때도 그 친구는 “바로 이런 게 음모론의 실체다. 너도 그 한가운데서 한번 당해봐라”하고 웃어 넘겼다.







늦게나마 귀환 성공할 수 있어 '안도'

앞으로는 특종이 아니더라도 기쁨을 주는 기사 쓰고 싶어/문화일보 홍순도



특종을 해도 별로 기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 필자의 '탈북 국군포로 북한 압송 위기' 기사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독자들이 전용일씨가 체포, 압송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사안일에 분노하고 흥분했을테니필자역시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는 독일 속담대로 그가 작년말 정부의 후속 조치로 귀환에 성공, 사건이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말이다.

필자의 기사는 지난해 1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국 NGO 관계자와 국내 거주 탈북자들로부터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가 3일전 동행한 여성 한명과 한국행에 나섰다 체포됐다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필자는 직감적으로 3개월여전 베이징(北京) 한국 대사관 주변을 전전하면서 귀환을 타진한 전용일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그럼에도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을 자극할 것으로 판단,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식은 NGO들에 의해 언론에 제보돼 다음날 조간에 보도됐다. 최초로 찾아온 특종을 놓쳤으나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그러던 차인 19일 이번에는 항저우에서 예의 NGO 관계자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전씨와 동행 여성이 이날 오후 베이징을 거쳐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투먼(圖們)으로 이송된다는 소식이었다. 다음날 새벽 필자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대사관에 그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알렸음에도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자로서의 직무유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필자의 기자 작성 경위는 단순하다. 권위의 상징인 한국기자상을 받는 것이 들인 노력에 비해 과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필자에게 분에 넘치는 영광을 주는 것은 아마도 국군 포로 탈북자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깨워준 전용일씨의 귀환이 가지는 상징성에 있지 않나 싶다.









'지금 아니면..."생각으로 뛰어들어

해파리의 침공/부산방송 진재운 기자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 방송까지의 전 과정을 통틀어 ‘해파리의 침공’이라는 타이틀 선정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해파리는 우리가 몰랐던지 아니면 애써 외면한 사이 우리의 바다를 침공했으며, 이미 점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기자 생활 10년!

올해로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 뛰어든 지 6년째로 그동안 30여 편을 제작해 왔다. 누가 들으면 어설픈 다작주의라고 표현할 지도 모르겠다. 취재 일선에서 취재기자 노릇하랴 틈틈이 다큐 제작하랴 몸둥이는 두 세 개가 있어도 모자랄 한해한해가흘러갔다.

열악할 수밖에 없는 지역 방송사의 제작 지원시스템 속에서 지금이 아니면 그리고 내가 아니면 할 수없지 않으냐는 풍선과도 같은 자만심으로 뛰어왔다. 여기에서 유일한 방법이자 최선책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많은 일들 속에 순서와 시간 배정은 필수였고 그렇게 했다.

해파리의 침공이라는 프로그램 제작도 이런 연장선에 있었다.

부족한 작품에 대해 한국기자협회에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이며 큰 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제작진은 아직 첫걸음도 제대로 내디디지 못했음을 말하고 싶다. 내년부터 해양수산부는 160억원을 투입하는 해파리 연구에 들어간다. 취재진은 이 연구에 상임고문격으로 참여해 밝혀내지 못한 해파리의 생태와 피해상황 그리고 활용방안까지 다각적인 취재를 병행하고자 한다.

프로그램에 영감을 던져준 보도국장과 열대 바다에서 해파리를 보고 너무 반가워 무작정 뛰어든 하호영 카메라 기자, 그리고 우리의 촬영에 헌신적으로 도와준 국립수산과학원 강영실 과장 등 많은 이들에게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끝나지 않은 참사...희생자들 명복 빌어

대구지하철 참사 생생히 기록한 CCTV 화면 단독보도/YTN 여승구 기자



홍콩 지하철에서 1월 5일 발생한 방화사건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방화범이 불붙은 신문지와 석유통을 객실에 던졌지만 192명이 목숨을 잃은 대구지하철에서와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화사건이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열차 안이 내화재였고 환기구가 넓고 개방형이었다는 점등이 그것입니다. 또 지하철 승무원이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침착하게 대피시킨 것이 참사를 막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보도를 접하면서 끔찍했던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의 참상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객차 안을 모두 내화재로 바꿨다는데 그건 제대로 시공된 건지... 지하철 환기시설은... 많은 언론사에서 그와 같은 지하철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를 했지만 부족하거나 빠뜨린 건 없는지...

대구지하철 희생자 대책위원회가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www.daegusubway.or.kr)를 보면 대구지하철 참사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희생자 유족들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아직도 의사의 상담이 필요한 상태인데도 방재테마공원설치와 같은 사고 당시 대구시와 대구지하철 공사측이 약속한 사업들은 여전히 지지 부진합니다. 아직도 해야 할 많은 일이 과제로 남아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고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2년 전 돌아가신 막내 누나가 떠올라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통곡하는 유족들을 볼 때 함께 울고 싶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란 직업이 뭔지... 감정을 노출시켜서는 안된다는 정해진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취재 현장에서 눈물을 보일 수도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의 명목을 빕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함께 고생한 선·후배 기자들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농촌 망들기기사라도 일조하고 싶어

벼랑끝 농어촌/전남일보 사회부 김선욱 기자

 

새해벽두부터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농업·농촌 기사가 봄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쌀 재협상,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DDA농업협상 등 `농업 개방시대'가 코앞에 닥쳐와서다.

이 같은 개방 파고는 이미 2002년 예고됐다. 하빈슨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 특위 의장이 고율관세 감축방안 등 농업협상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개방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왔다.

연중 기획보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농도' 전남에서 한국 농촌의 현실을 투영해 대응전략과 활로를 찾기로 했다. 먼저 대표 소득작목을 통해 현주소와 문제점 조명에 들어갔다. 그런데 농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보리·콩·고추·마늘·참깨 등 지역 대표 농산물들이 소비 감소와 넘치는 재고, 중국산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이는 급격한 재배면적 감소와 자급률 하락,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품목별 경쟁력 제고방안과 새 활로가 절실했다.

이 해답은 선진농민들이 쥐고 있었다. 이들은 고품질·기능성 농산물 생산과 친환경 농법, 규모화·단지화, 유통구조 혁신, 수출 강화, 도·농교류 확대, 녹색관광 등으로 개방 압력에 맞서고 있었다. 증산에서 고품질로, 우리맛을 세계로, 토종 향기 추출로 미래 향기산업의 대안을, 공격적 수출로 내수시장 안정에 도모하는 농민 등등…. 이들의 실패와 도전, 성공담에서 희망을 보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농민과 도시민에게 전했다. 독자로부터 “힘이 된다”, “농산물을 구입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을때는 절로 힘이 나사명감도더했다.

2004년 농촌은 여전히 외롭다. 누구나 쉽게 개방을 말하면서 농촌은 돌아보질 않아서다. `너 없는 나' 없듯 `농촌 없는 도시'는 없다. 농촌은 지금 도시민의 손길을 갈망한다. 도시민들이 농촌을 자주 찾고 농산물을 애용하면 개방도 두려울 게 없다.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웃는 그날까지 기사 쓰기에 진념하는게 `큰 상'을 안겨준 농촌에 대한 보은(報恩)인 것 같다.











발로 뒤며 자료수집, 검증안된 부작용 밝혀내

황토가 대안인가/ 울산MBC 보도국 박치현 기자



적조 방제용 황토가 지금까지 별다른 의심없이 마구잡이 바다에 살포된 것은 수산당국이 망원경 관찰만으로 황토의 우수성만 보고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취재팀이 적조 방제용 황토가 오히려 바다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바다와 황토의 상관관계를 현미경 관찰력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황토에 관심이 많은 대학교수와 수산전문가, 토양전문가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취재팀 구성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대부분 거절했다. 이유는 황토의 부작용이 지금까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아 섣불리 나섰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전문가들과의 취재팀 구성은 뒤로하고 우선 황토가 살포된 해역 7곳을 선정해 20여회 걸쳐 수중촬영을 실시했다. 예상대로 황토로 신음하는 수중생태계를 화면에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국내의 황토 출토장을 돌아다니며 샘플을 채취해 PH와 입도, 햇빛 차단율 등 해 볼 수 있는 실험은 다 해 보았다. 취재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나중에는 자신감이 확신감으로 변했다. 현장취재를 통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다시 전문가들에게 취재협조를 요청했다.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현장취재 자료를 검토한 뒤 자신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적조가 발생할 때 황토를 살포하는 나라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뿐이다. 문제는 황토를 뿌리면 뿌릴수록 바다는 망가진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동해안과 남해안에서는 대규모 적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양당국이 또 황토를 뿌릴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황토에만 의존해 온 결과 다른 적조방제대책을 제시하지못하는해양당국의 선택은 "악순환의 반복"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현미경적 관찰력 시각으로 적조방제대책을 다시 한번 접근해 보기를 권한다.











삼엄한 경비속 숨 졸이며 셔터 눌러

카지노에 빠진 국회의원/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지난 10월 25일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용산 미군기지 카지노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도박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회의원과 알력 관계가 있는 악의적인 제보일 가능성 도 있었다. 그러나 제보 동기가 어찌됐건 현직 의원이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미군기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다는 팩트 자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미군 카지노에 어렵게 잠입해 열린우리당 송영진의원이 정신없이 도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카지노 안의 상황과 환전 방법, 내국인들의 출입 과정을 취재했다. 당시 삼엄한 경비 속에 사진 촬영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현역 국회의원의 도박을 기사화하기 위해 물증인 사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장 판단을 내렸다.

3시간의 기다림 끝에 경비원들이 잠시 자리를 뜨는 순간 가방 안에 감춘 카메라를 꺼내 5컷을 눌렀다.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놓치는 것이 사진기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고위 당직자의 어긋난 행태가 벌어지는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사진기자인 필자에게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남들의 눈을 피해 어렵게 셔터를 눌렀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 사진이 제대로 찍혔는지를 확인했을 때 그제서야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출장 중에 협회에서 수상축하 전화를 받았다. 기자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큰 상이라 뭐라고 소감을 적어야 할지 한 참을 망설였다. 기자생활 한답시고 마음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들 상우와 이쁜 짓(?)만 골라하는 둘째 아들 상현이 그리고 제보를 확인해주고 취재에 많은 도움을 준 석동률차장과 부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제35회 기자상 심사평

-탐사보도의 성과가 영롱한 빛을 발휘한 한 해였다

이형균(심사위원장. 한국신문방송인클럽 회장)

지난 한해동안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서 뽑는한국기자상은 올해에는 유난히 많은 작품으로 인해 심사위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 예심을 거친 후 낮 12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을 벌인 끝에 본심을 마쳤고 그 결과 수준 높은 작품을 선정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꼈다.

제35회 한국기자상 심사대상은 총 118건이었다. 각 부문별로 열띤 토론과 심사에 심사를 거듭하는 등 네 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쳤다. 취재보도부문의 경우 한국일보의 '양길승 부속실장 향응파문'이 압도적인 표로 수상작이 되었다. 이 기사는 정치적인 후폭풍이 엄청나서 결과적으로 특검 실시까지 발전된 메가톤급 기사였다. 대통령측근의 비리에 관한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한 기사였다. 문화일보 베이징특파원의 '탈북 국군포로 투먼수용소 압송'기사는 '이 기사가 아니었으면 국군포로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까' 걱정할 정도의 큰 성과를 가져오게 했다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기사로 인해 우리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외교적인 노력으로 국군포로가 고향 땅을 밟은 쾌거를 낳았다.

기획보도 부문의 경우 부산방송의 '해파리침공'은 심사위원들이 비디오를 시청할 때 이미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기에 큰 점수로 수상작이 되었다. 해파리의 가공할 만한 생태는 물론 영상처리가 환상적이었다는 게 이구동성이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YTN의 '대구지하철참사 CCTV'가 선정되었는데 당시 상황을 신속하게 또 생생하게 전달한 노력이 높이 평가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전남일보의 '벼랑끝 농어촌, 위기를 기회로'가 큰 관심을 끌면서 수상작으로 뽑혔다. 그 동안 농촌문제는 자주 등장했던 소재였으나 이 기획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울산MBC의 '적조, 황토가 대안인가'도 수상작이 되었는데 우리가 그동안 교과서처럼 알고만 있던 상식을 일거에 뒤집어 버린 훌륭한 특집이었기 때문이다. 황토가 바다를 오히려 황폐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 준 수작이었다. 전문보도 부문 사진의 경우 심사위원들은 동아일보의 '카지노에 빠진 국회의원'에 압도적인 표를 던져 주었다. 이 사진 한 장이 그 국회의원의 가슴에 달린 금 배지를 떼게 만들었고 끝내는 영어의 몸이 되게 한 것이다.

그밖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는데도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못한 것을모두 아쉬워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달의 기자상'과 '한국기자상'이 과연 기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우리는 기자상의 횟수가 거듭되고 연륜이 늘어 갈수록 기자들의 탐사보도 욕구와 취재기법이 날로 향상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 부패 비리는 언론이 아니고는 뿌리뽑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권력최고위층 측근의 비리나, 정치권의 불법자금 문제는 우리기자들의 끈질긴 취재와 정의에 불타는 사명의식이 수반되어야 시정되고 근절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한해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몸을 돌보지 않고 취재일선에서 좋은 기사를 쓰고, 좋은 기획을 해 준 기자 여러분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