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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주·장] ´인사 문화´ 모범 되길

특정 연고 중심의 ´구태´인사 되풀이 말아야

편집국  2000.11.16 1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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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면서 미뤄져온 언론사 정기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권자는 고민과 고심을, 인사대상자들은 기대 속에 만족과 실망이 교차하는 일이 흔히 눈에 띈다. “인사가 곧 만사”라고 할 만큼 인사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분위기를 일신할 수도, 반대로 좌절감에 빠뜨려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음은 지켜보아온 대로다.

우리는 이에 언론사 인사가 ‘최대다수의 최대만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권자의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보다 인사 대상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사권자로서는 이해 편차가 큰 대상자들의 의견을 일일이 듣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의 인사는 기자들 입장에선 자신이 선택한 인사에 대해 최선을 다하며 책임을 지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본다. 다른 한편, 회사 입장에선 이런 인사과정을 조직내 전반적인 분위기와 문제를 파악해 해소·해결하는 중요한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사 인사는 이와 함께 무엇보다 조직원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사가 자칫 조직원 사이의 반목과 불신의 골을 깊게 한다면 이는 개개 언론사뿐 아니라 결국은 독자와 시청자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사를 앞둔 언론사들이 예전보다 진일보한 결과물을 낼 것이란 믿음을 가지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인사가 됐으면 한다. 그동안 언론사 인사가 ‘윗돌 빼 아랫돌 고이기’식의 임기응변으로 이뤄지면서 사람 및 비전을 키우는데는 관심을 갖지 못해온 게 현실이다. 최근 일부 기자들이 벤처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것도 이런 언론사 풍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일부 언론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안식월’ 제도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기자들의 재충전과 자기계발은 더이상 늦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정한 인사가 절대로 필요하다.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구성원들의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져 조직의 활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인사권자와의 개인적인 관계보다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장래 가능성 등이인사조건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언론사 인사와 관련해 부끄럽지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점차 해소돼 가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언론사에선 기자인사가 정치권 등 언론 외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나 여당에 특정지역, 특정고교 출신을 배치하는 ‘구태’는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의 솔직한 바람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언론사 인사가 조직에 활기를 배가하는 상생의 계기로 승화하면서 우리사회 인사문화의 모범이 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