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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국민일보의 아름다운 내일을 향해

사주 전횡 막고 자유언론으로 거듭 태어나야

김용백  2000.11.16 11: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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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단식농성 30일, 병원입원 10일.

내게는 단식농성도 입원도 생전 처음이다.노조위원장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국민일보의 상황은 참으로 불행하다.앞으로는 이런 막막한 고통을 자처할 이유도 없을 것같은 생각이 든다.

단식을 시작하면서나 몸을 추스려야 하는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12년 간 몸바쳐 일했던 국민일보의 정상적인 발전과 수백 명의 조합원들, 헤아리기 힘든 그 가족 구성원들의 밝은 모습을 위해 노조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국민일보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우리의 요구사항> 10개항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3월 20일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사태해결의 책임자인 국민일보 설립자 조용기목사와 그의 아들인 조희준 사주에게 이를 요구하고 잇달아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그러나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입에선 일언반구도 없다.두 사람은 외유나 각종 행사를 주관했다.

많은 조합원들은 회사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인 노조의 대표자가 정당하고도 절박한 이유를 내세우며 회사 안에서 수십 일 간의 단식농성을 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이를 방치하는 조용기 목사와 조희준 사주가 인간으로서나 종교인으로서나 양심을 상실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이 비난은 단지 조합원들의 분노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 29일째인 4월 17일 저녁에 수익사업부문으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광고국에 대한 분사를 공식 통보하고 당장의 협의를 요구했다.노골적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사측의 입장이었다.

퇴원일인 4월27일 오후 6시.이종대 사장이 편집국 사원들을 긴급히 모아놓고 조희준 사주의 국민일보 회장직 복귀를 포함한 6개항을 ‘마지막 카드’라고 일방적으로 내던졌다. 이 사장이 “편집국장과 논의하라”며 홀연히 자리를 떴고 편집국장은 “이 길만이 살 길”인 것처럼 구차한 설명을 붙였다.이어 열린 편집국 부장단 회의를 마친 부장들이 후배인 부원들에게 사장의 ‘마지막 카드’에 대해 서명, 기명투표, 전화면담 등의 방법으로 이튿날 오후 5시까지 공개적인 찬반의사표시를 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참담한 현실이다.

나는 하루하루 단식의 고통을 견디면서, 병실에서 생각했다.웃으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두 다리뻗고잠잤을 사람들, 눈 앞에서는 걱정스런 표정과 입발린 말을 늘어놓고선 뒤돌아 서서 힐난한 사람들,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낸 사람들을 생각했다.회사를 좀먹고 동료를 파먹는 거짓된 자들의 모습과 그 끝도 생각했다.

29세에 국민일보에 입사해 올해 41세가 됐다.사주의 전횡으로 정의 합리 상식 자존심이 거의 사라져버린 국민일보 상황의 중심에 작년과 올해 노조위원장으로서 서있다.나는 국민일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국민일보 노조가, 내가 비록 작고 미흡한 역량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사회정의가 살아 있다면 사주의 전횡을 막고 국민일보를 자유언론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 때문이다.국민일보의 미래를 향한 좌표는 시작된 지금의 싸움이 정리될 때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두려움없이 헤쳐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