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25차 국제기자연맹(IFJ)총회에서 차기 회장에 당선돼 3연임에 성공한 크리스토퍼 워런 IFJ 회장은 △언론인 안전문제 △언론자유 △인권 문제 등 자신이 지난 3년간 추진해온 주요과제를 앞으로도 꾸준하게 진행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의 언론상황과 관련 “현재 한국에서 언론개혁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기자들과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대담=이상기 한국기자협회장
최근의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 언론사가 너무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로부터의 도전을 극복하고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언론개혁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만, 몇 년 전 실시된 언론사 세무조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국회 내에서도 언론개혁을 위한 입법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언론개혁과 관련한 IFJ의 입장은 무엇인가.
원론적으로 지지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 언론인들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나를 포함한 세계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 상황에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언론개혁 상황을 파악하고 싶다.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 문제해결에 국제 언론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중요한 지적이다. 국제기자연맹 설립의 주요 목적이 언론자유와 인권 증진에 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언론인들의 관심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시아지역 언론인들의 연대가 절대적이다. 한반도 분단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언론인들은 남다른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평화 통일을 위해 균형 있는 보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에서 제1회 동아시아기자포럼이 열렸다. 당신의 견해와 평가는?
정기적 언론인 모임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언론인 활동은 최근 수년간 유럽 등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기자들은 정기적인 지역 모임을 통해, 보편적인언론자유 증진방안과 노조 활동 등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 동아시아기자포럼은 언론개혁과 언론의 독립성 등 지역 내 고유한 극복과제에 대해 의견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이 지역 언론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한국보다 언론 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은 포럼에 참가함으로써, 한국언론이 지난 10여년 간 이룩한 언론노조 결성과 언론자유 확보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라크에서 일본 언론인들이 살해되는 등 이라크 및 기타 분쟁 지역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IFJ의 대책은?
언론인들이 분쟁 지역에서 테러 표적이 되는 것은 언론 자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인들은 오래 전부터 테러의 표적이 돼왔으며, 9·11 테러 이후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보를 담보로 한 언론의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려는 어떤 정부의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IFJ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최소한 43명의 언론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발생한 폭격으로 언론인들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조사가 미진한 상태이다. 이에 대한 해당국의 철저한 조사 협조가 요구된다.
언론인 안전대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IFJ는 언론인 안전을 위해 산하 ‘국제뉴스안전연구소’를 통해 언론인 대상 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언론인의 안전을 위해 ‘IFJ 안전기금’ 확충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 대회 폐막 전날 벌인 기자안전기금 모금행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또 제네바 협약 등 국제법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여 언론인 안전을 지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자피습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이번 그리스 총회에서 세번째로 IFJ 회장에 선출됐다.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3연임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하지만 이 자리는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닌 전 세계 언론인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3년간 IFJ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언론인 안전문제, 언론자유, 인권 문제였다. 향후 3년 동안 이들 문제가 여전히 우선순위에 남을 것이다. 이 외에도 세계화 진전에 따른 언론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프리랜서 및 계약직 등 비정규직 언론인의 고용불안, 언론계 내의 남녀 불평등, 근로환경 악화,공영방송의 훼손 등 극복과제들이 많다. 이들 과제들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저해하고 있다. 언론인들은 이에 과감히 싸워야 한다. 독립 언론인들의 국제 연대를 돕고, 이들이 존경받으며 안전하게 취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
한국 언론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지난 10여년간 한국 언론인들이 보여준 국제연대 노력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지난 12년간 IFJ 집행위원을 맡고 이번에 물러나는 이세용씨에게 고맙단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