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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 칭찬할 땐 '원칙적이다'가 적당, '사실보도' '남북화해' 우선순위 생각하라

신준영  2000.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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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영 대한매일 기자는 이번 기자포럼에서 북한을 세 번 방문 취재했던 자신의 경험을 밝히면서 정상회담 방북 취재를 준비하는 기자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했다. 북한 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방북 취재·보도를 위해 신 기자의 발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편집자주>





북한 방문시 지켜야 할 에티켓 5가지



1.교회에서 예수를 모욕해서야

시스템의 차이를 인정할 것. 군대 계급에서 ‘장군’은 북한에서 원수 또는 차수라는 표현으로 통용되며 북에서 말하는 ‘장군님’은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 붙이는 호칭 정도로 이해하자.



2.기자는 정보기관 끄나풀?

과거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남한의 아들과 북한의 어머니가 만나는 탁자 밑으로 카메라를 넣어 북측 어머니의 낡은 신발을 찍은 것이 한 예. 남측 기자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지금도 북에서는 저격의 위험 때문에 김정일 총비서의 일정을 미리 발표하지 않는다.



3.취재원의 성분 분류

북에도 여러 계층의 사람이 있다. 북한의 울타리 내에서 자기 것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방세계를 접해 보고 대외사정을 알고 있는 대남사업일꾼들이 있다. 자신이 만나는 취재원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먼저 생각하면서 대하자.



4.북한의 자랑을 들어주라

남과 북을 비교하는 경쟁심리에 말려들지 마라. ‘우리 것이 최고’라는 교육은 사대주의를 배격하기 위해 나온 것임을 이해하라.



5.우리의 서구적 사고 점검

말씨, 태도, 복장, 심지어는 농담까지도 다른 사고방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 황장엽 씨와 얘기를 하던 리영희 교수가 30분이 넘는 긴 얘기를 도중에 잘랐다가 언쟁이 붙었던 일을 상기하라. 기조발언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북에서는 관례적인 일. 또 비공식 석상에서 나온 얘기는 공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공식적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북한 사람을 다른 북측 인사에게 칭찬하고 싶을 때 ‘친절하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원칙적이다’라는 표현이 무난하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면 소박한 옷차림이 좋다.





정상회담 보도시 유념해야 할 8가지



1.사실 보도와 남북 화해

남북을 오가는 기자는 통일의 중매장이가 돼야 한다. 사실 보도와 남북 화해 어느 것이 우선인지 생각하자.



2.비료 퍼준 회담?

“비료 퍼주고 회담하는 거야.” 99년 6월 베이징 회담 때어느기자가 한 말이다. 가난한 자에 대한 멸시는 자본주의적 시각일 뿐이다. 상생의 관점에서 경제협력을 보자.



3.수령 관련 보도

수령을 얘기할 때 비난하는 말을 하면 북한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부모를 모욕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고 방식부터 이해해야 한다.



4.그들이 싫어하는 단어

개혁, 개방, 포용정책, 한·미·일 공조와 같은 말을 싫어한다. 예전에 야유회를 즐기는 군인을 찍어서 사진 설명에 ‘군기 빠진’이라는 말을 넣었다가 관계자로부터 힐책을 들었다. 인간적인 인민군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지만 군사 중심주의 사회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5.제2의 조문 파동 우려

북한 땅에 와서는 자신들의 수령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그들만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금수산 기념궁전은 촬영 불가 장소다.



6.앞지른 보도, 상투적 보도, 추측 기사를 경계하자

“김정일 서울오기로 했다”는 너무 앞서간 보도이고 “정상회담과 최고위급 회담 분리 시사” 등은 근거없는 추측 기사이며 “북한 군부 반발없나” 등은 너무 상투적인 접근이다.



7.전문기자를 기르자

정상회담 발표가 한 달 전에 나왔지만 관련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매체가 거의 없다. 축적된 자료의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전문 기자 양성이 시급하다.



8.낙관적인 전망은 금물

문제없이 잘 될 것이라는 식의 근거없는 낙관 기사가 많다. 쟁점이 될 만한 사항이 무엇이며 해결돼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