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컴·퓨·터·를·켜·며] 또 다른 주역

김 현  2000.11.16 00:00:00

기사프린트

“얼굴을 가린 게 왜 선정적인지 근거를 대주십시오. 취재원을 밝힐 경우 파장은 누가 책임집니까?” ‘연예인 매춘’을 다룬 SBS 뉴스추적이 선정성 의혹이 짙다는 지난주 기자협회보 보도에 대해 SBS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했다. 오히려 선정성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우리는 연예브로커로 나갑니다. 신문 기사와 달라요.” “그래도 누군가 얘기를 했으니까 나간 것 아닙니까. 방송 시작 전에 신문 보도는 방송 내용과 다르다는 걸 밝혀주십시오.” 방송 4시간 전에 SBS 이남기 보도본부장과 연예인노조 관계자들 사이에 오간 얘기다.

취재원의 얼굴을 가린 SBS의 보도가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은 방송 전 신문이 대단한 연예인의 증언이 있는 양 보도해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동원하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결과적으로 신문 역시 그 ‘상상’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만 셈이다.

어느 기자는 연예인노조의 반응에 대해 “사실여부의 확인을 미룬 채 ‘또 당하는구나’ 하는 식의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인노조는 신문이 그렇게 보도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방송이 나가자 대부분의 신문들은 일제히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축소 방송을 꼬집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독자의 ‘입맛’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고 크게 소개해 세간의 주목을 받게 한 것은 신문이다. 기사 된다는 생각에 다투어 관계자를 취재해 입맛에 맞는 소재를 끌어내려고 했다. 한 신문은 초판 단신으로 처리했다가 시내판에서 부랴부랴 사회면 중탑(TOP)으로 키우기도 했다.

신문도 이번 선정성 논란의 한 주역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