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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주·장] ´알 권리´와 ´정보 보호´

공익 위한 취재활동 마땅히 보호돼야

편집국  2000.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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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김규원 기자가 ‘김옥두 의원 부인 특혜보험 가입’ 기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첫 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을 구형 받은 김 기자는 오는 1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전지검이 현직 기자를 재판정에 세운 혐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이다. 삼성생명 전산시스템에서 김 의원 부인 윤영자 씨의 고객 정보를 빼내 언론매체에 공표한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기자의 기사는 황색 저널리즘의 무분별한 폭로가 아니었다. 권력 핵심부의 비리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을 위한 취재 활동에서 나온 것이었다. 우리 언론 대부분이 당시 그 보도를 받아서 속보기사를 썼고, 기자협회에서 그 보도에 ‘이달의 기자상’을 주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그것은 최고위층 정치인의 아내에게 로비성 보험을 든 재벌, 경찰 총수, 장관, 고위 공직자 아내들의 신용정보를 보호하는 것보다 이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책임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언론학계에서는 정보 공개에 따른 프라이버시 권리의 침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를 이렇게 본다. 우선 그 정보가 고도로 ‘개인적 또는 은밀한’ 것이어야 하고 그 정보가 ‘정당화되는 범위를 넘어서 이용 또는 제공’ 되었을 때.

그런데 김 기자가 유출한 개인 보험계약 정보는 영업사의 소장 정도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수만 명의 보험설계사가 검색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그 고객이란 사람들은 앞에 열거한 것처럼 ‘공인’에 해당하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그 정보를 신문 보도 이외에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은 군사정권시절 김 의원의 야당 활동을 부인이 보험을 해서 뒷바라지 해왔던 것을 생각하며 기사화를 망설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정권의 실세와 관련된 의혹이니만큼 보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취재활동이 형사사건화 하는 것을 보며, 언론계 내부에서는 사법부가 여전히 권력층의 눈치를 보거나 유무형 압력을 받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도대체 일반 시민의 정보가 사법부로부터 이렇게 보호받은 적이 있던가.

일설에는 우리 사회의 영향력 있는 집단들이 ‘건수만 잡히면 기자를 혼내줘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매체와 그 종사자의 취재·보도 권한 남용 사례는 그 소문에설득력을부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단순히 의혹과 루머로 끝나기를 바란다. 우리의 최근세사가 뼈아프게 증명하는 바지만, 바른 길을 가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시도는 사회 지도층의 부패를 조장했고 결국 국민의 저항을 불렀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번 19일의 선고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것은 한 기자에 대한 재판이 아니다. 언론의 권력형 비리의혹 보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다. 부디 합리적 사고에 입각한 새 판례가 생기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