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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기자교류 참가기

21세기 최강국 발돋움 의지 느껴, 거리의 실업자.썩어가는 강물 등 근대화 후유증도 심각

최종찬  2000.11.16 1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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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대한매일 기자





기자협회는 정기적인 한-중 기자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대표단을 중국으로 파견하였습니다. 기자협회 대표단은 중국 기자협회 대표단과 함께 세미나도 열고 중국 각 지역의 발전상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다음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대한매일 편집부 최종찬 기자의 참가기입니다.





기자협회 대표단을 태운 비행기가 북경공항 근처에 왔을 때 누구보다 먼저 반긴 것은 황사.

비행장 주변 상공을 뒤덮은 누런 먼지가 우리가 중국 땅에 왔음을 알려주는 첫 신호였다.

어렵게 공항에 착륙한 뒤 중국인들의 느린 발걸음 느린 동작이 말로만 듣던 만만디의 일면을 보는 듯 했고 입국심사 공항 근무자들의 딱딱한 얼굴에서 사회주의 낯선 나라라는 선입견을 못 버렸지만 마중나온 중국기자협회 박 선생과 조라셍의 환한 얼굴에서 그리고 그후 일정에서 중국이란 나라가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중국 음식이 내 입맛과 다르고 말이 잘 안 통한다는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행한 대표단의 여러 선배들이 잘 도와준 덕택으로 이국 땅에서의 생활은 재미 그 자체였다.

9박10일 간의 중국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바로 21세기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대륙의 모습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북경, 남경 등 대도시에서 새벽을 여는 중국 노동자들의 출근길 자전거 행렬에서, 가도 가도 산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의 행렬에서, 지평선만 보이는 그 광활함에서 우리네 시골처럼 후한 인심으로 우리를 접대하던 황산 지방정부의 환대에서 우리는 중국의 오늘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서구열강의 함포사격으로 갈가리 찢긴 채 개항된 상해는 서구의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하고 대형 백화점마다 쇼핑을 즐기는 주부와 가족들로 넘쳐 났다.

황포공원에서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에서 변화하는 중국, 발전하는 중국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상해 변두리 마당로에 위치한 상해임시정부는 생각 밖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기념관에 휘호, 빛바랜 태극기, 전화, 침대, 사진 등 선열들이 쓰던 물건들이 역사의 거리만큼 떨어져 우리에게 눈인사 하지만 조각조각 남은 일제 때 영상기록과 몇 개의 유품으로 우리의 쓰라린 역사를 어떻게 대변할 수있을까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중국의 어두운 점도 많이 보았다. 대도시엔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거리에서 잠자는 실업자들, 관광지마다 넘쳐나는 쓰레기더미 그리고 부영양화로 썩어 가는 강물들.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근대화 과정의 후유증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래는 밝다. 많은 국민들이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해 하루24시간을 25시간처럼 쓰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엔 ‘중국이란 나라’가 내 옆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