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같은 사건사고를 다룬 기사들의 경합이 치열했다. 특별한 예가 아니라면 이럴 경우, 흔히 경쟁관계에 서게 된 두 기사 중 하나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우선 동아일보의 ‘백두대간 산불 피해 현황과 진화과정의 문제점, 복구대책 진단’과 강원일보의 ‘영동지역 산불재앙 보도 및 생명의 숲 백두대간 다시 살리자 시리즈’가 이에 해당됐다.
유례가 없는 큰 재앙을 취재한 양사 기자들의 열정은 모두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4년 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강원일보의 취재력과 기획이 더 앞선 것으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본고장의 일인 때문도 있었겠지만, 위험을 무릅쓴 취재가 자못 감동적이었고 중간의 기획이 치밀했다. 또한 기획시리즈에서는 치사상태의 산을 살리려는 노력과 정성이 진하게 느껴져 지역신문의 존재이유를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원일보는 이 재앙을 보도한 사진 ‘강원 고성 산불 4년만의 재현’도 역동적인 사진미학, 취재의 치열성이 호평을 받아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하게 되었다.
유사한 소재를 다룬 또 다른 기사는 국민일보의 ‘해외 입양인 가족찾기’와 연합뉴스의 ‘이산가족 기획보도’였다. 심사위원들은 국민일보 조수진 기자가 흔히 단발로 취급되곤 하던 기사를 집요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접근하면서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또한 기자 한 명의 휴머니즘과 노력이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점도 돋보였다.
연합뉴스의 기획은 월북하거나 납북된 사람에게까지 만남의 장을 마련하려 한 점에서 지금까지 엄존해 오던 보도의 벽을 뛰어넘는 기사였다. 북한과 연변지역의 방송을 망라해서 이산가족의 사연을 전달한 성의 있는 자세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아깝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이 기사에는 프로파간다성이 짙은 북한방송 내용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취재보도부문에서 대한매일의 ‘초중고 사교육비 99년 6조7000억 원, 교육부 첫 실태조사’는 깨끗한 특종이었고, 기사를 처리한 시간과 방식도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문보도부문에 응모된 중앙일보 편집부의 ‘16대 국회의원 선거보도’는 선거 직후 TV방송들이 잘못된 출구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하여 혼란스런 상황에서 객관적 자세를 잃지 않고 신문을 제작한점이평가를 받았다. 평소 신문을 제작하며 축적한 스스로의 감각을 신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점은 편집상의 미학이나 제목에서의 세련된 언어구사 등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전문보도보다는 특별상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심사에서도 기사 엠바고 문제와 풀 기자 문제가 거론되어 심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YTN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합의’와 세계일보의 ‘과외금지 위헌 관련보도’가 엠바고와 관련됐다고 해석된 응모작이었다.
전문보도부문에 응모된 국민일보의 사진 ‘석패 허인회 후보 김대통령에 큰절’은 이른바 ‘386세대’로 불리는 주인공의 행동과 관련, 의미가 큰 사진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응모자가 현장에서 다른 기자가 배제된 채 풀 기자로 촬영한 이상, 이 사진이 기자상 후보작으로는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연합뉴스의 사진 ‘구제역 관련 소 도살 현장’은 사진촬영 과정의 어려움과 사진의 희귀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밖에도 문화일보의 ‘4?3 낙선운동 총선연대 뒤집어 보기 시리즈’와 KBS부산의 ‘엉터리 어업보상 국고 샌다’, 부산일보의 ‘탐사습지 우포늪 사막화’ 등이 수상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심사과정에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된 기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