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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주·장] 변화.발전의 디딤돌 삼길

5.18 왜곡보도 반성 본연의 사명 깨달아야

편집국  2000.11.16 13: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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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광주민주항쟁 20돌이 지났다. 광주에는 나라 안팎에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당시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5·18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신문·방송들도 특별기획 등을 통해 5·18 관련 기사를 어느 해보다 많이 다뤄 공감대를 이루는 데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를 제대로 설계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언론사에 `광주문제´만큼 오점을 남긴 보도는 없을 것이다. 물론 피끓는 항쟁의 현장을 사실 그대로 취재·보도하려다 해직의 아픔을 겪은 우리 선배 기자들의 숭고한 정신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존경을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당시 언론의 비주류일 뿐이다. 그때가 삼엄한 계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언론들은 너나없이 시위군중을 폭도로 매도했다.

당시 한 유력 조간지는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고 있다.

´광주일원 소요사태-나흘째 학생 시민합세´ - “고정간첩 침투선동” 이계엄사령관 경고 자위 위해 조처강구(80년 5월 22일) `무정부상태 광주 1주일´(5월 25일) `계엄군 광주 장악-17명 사망·295명 보호중´ (5월 28일) 등등.

우리는 과거를 책잡아 현재를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지난날의 부끄러운 경험을 새날의 변화·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삼기를 고대한다. 5·18 민주항쟁 당시 왜곡된 언론보도는 지금 우리들에게 언론인 본연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바로 `상식의 회복´이다. 왜 당시 그같은 보도가 나왔을까 반추해 보면 쉽게 해답이 나올 것이다. 요컨대 언론의 본령을 잊고 있었기 때문 아닌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정과 질문을 당시 언론에 던져본다.

“`억강부약(抑强富弱)´에 바탕한 권력감시 정신이 과연 있었는가?” “시시비비를 가려내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는가?” “민주주의란 다수결원리를 넘어 단 한 사람의 외로운 목소리라도 존중해주는 사회체계임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지역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할 것이란 생각은 아예 염두에도 없었던 게 아닌가?”

혹자는 군부독재의 철권통치 아래서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당시 보도를 변호할 지도 모르겠다. 좋다. 굳이 그런 논리라면 그것은 그들의 몫일 뿐이다. 이미 당시 보도는 국민적 평가를 거쳐역사의심판대에 올라있음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또 당시 곡필을 일삼던 일부 언론인들이 글로써 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참회를 한 적도 있다.

우리는 앞서 물음들을 지금 우리 자신에게 다시 던지고자 한다. 이는 20년 전 일그러진 자화상을 딛고 새로운 다짐을 할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억강부약에 바탕한 권력감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시시비비 정신을 잊지는 않고 있는가?” “소외된 사람들의 외침을 제대로 듣고 있는가?” “나도 모르게 지역감정의 포로가 돼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