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누적에 따른 암 발병으로 조선일보 기자 3명이 투병 중이고 기자협회 축구대회에서도 홍창표 전남매일 기자가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하는 등 기자들의 과로, 스트레스가 또다시 언론계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한 지방언론사의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언론은 IMF 이후 줄어든 인력과 급여가 아직 회복되지 못했으며 서울지역의 신생지 창간이나 기존 언론사의 경력·주재기자로 ‘흡수’돼 인력난이 가중되는 형편이다.
먼저 기자협회 회원인 신문사만 7개가 몰려있는 광주지역의 경우 광주일보와 전남일보가 주재기자를 제외하고 각각 60여 명, 50명 선의 편집국 인력으로 24면을 제작하고 있다. 97년 이후 광주일보는 거의 절반이, 전남일보도 20여 명이 줄었다. 이 지역의 한 기자는 “몇몇 사의 경우 급여는 97년 대비 90%선까지 회복됐으나 대부분 60~8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인원도 보통 30~45명 안팎으로 꾸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지역의 한 신문은 30여 명의 인력으로 20면을 발행하고 있다. 기자들 스스로도 “기적 같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편집기자의 ‘서울 진출’로 취재기자가 편집까지 담당하게 돼 조간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일과가 저녁 10시 쯤에나 끝나는 언론사도 있으며 편집기자가 홈페이지 운영까지 떠맡는 경우도 있다. 저임금도 심각하다. 한 기자는 “회사 부채도 부채지만 IMF 이후 2000~3000만 원 정도의 개인 빚을 진 기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노조위원장은 “최소한 97년 수준 임금 회복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인력난과 생활고는 비단 광주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북의 한 신문사는 현재 55명의 인력으로 20면을 발행하고 있다. 이 신문의 한 기자는 “이달 들어 급여는 97년 수준으로 회복키로 했으며 기자도 3명 정도 충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급여수준이 너무 열악하다. 밝힐 순 없지만 지방지 중에서도 이 지역은 최하일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남신문의 경우 주재기자를 제외하고 50여 명의 인원으로 24면을 발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교열부를 폐지하는 등 40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 지역의 한 기자는 “1명이 3명 몫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대로라면 여름휴가도 가기어려운형편”이라고 전했다. 충북에서도 최근에만 편집기자 10명 안팎이 서울로 이동했다. 총선 전후로는 당 대변인, 출마자 비서관 등으로 자리를 옮긴 기자들이 적지 않다. 이 지역의 한 기자는 “인력은 40% 정도 줄었다. 광고가 좀 늘어난다고 하지만 종사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경인지역도 서울과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이 지역의 한 기자는 “한창 일할 편집기자 3명이 최근 서울의 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다. 증면 계획은 있으나 편집능력이 없어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경향은 취재기자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한 신문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12명의 편집·취재기자들이 서울 언론사로 자리를 옮겼다. “차장이 많아졌다”, “젊은 기자들이 없다”는 게 이 지역 기자들의 전언이다.
지방기자들에게 “맞벌이 아니면 살 수 없다”, “신분은 기자, 경제수준은 도시빈민”이라는 말을 듣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광고 등 경영 상 어려움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지방신문 기자는 근무여건 개선과 관련 “언론사주들끼리 담합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IMF 이후 긴축경영 유지에만 급급해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지 노조위원장은 “편집권 독립에 대한 대내외 요구도 있지만 사실 생존권 차원에서라도 언론개혁이 진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