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신문들이 다른 신문사 행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는가 하면, 이에 대한 재비판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가 세계일보의 평양학생소년예술단 공연과 관련한 비판 사진 및 사설을 게재하자 세계일보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중앙일보의 지방 실력자 초청 골프 모임을 비판했고, 다른 신문들도 뒤늦게 가세했다. 이같은 양상을 일부에서는 단순한 해프닝이나 신경전으로 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업자 잘못 외면이라는 신문업계의 금기를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자 사회면에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방문하는 통일교 계열 선화예고 무용연습장의 태극기를 떼는 모습을 사진 기사로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또 31일자 사설에서도 “북한에 무엇을 잘못했길래 나라의 표상인 태극기까지 떼어내야 하는가”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는 역시 31일자 1면 기사에서 “주최측은 두 단체가 서로 방문할 때 양측 국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면서 이에 따라 98년 리틀엔젤스의 북한 방문 때도 단원들의 연습장이나 공연장에 인공기를 게양 또는 부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선화예고측의 항의방문을 받고 1일자 사회면에 태극기를 떼는 장면에 나온 사람은 선화예고 직원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1일자에서도 ‘조선일보의 저의가 뭐냐’는 등의 비판 기사를 실은 세계일보의 구월환 편집국장은 “단순한 정정을 떠나 남북 양측의 합의 사안을 제대로 모르고 여전히 대결적 시각에서 기사를 다룬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일자 초판부터 사회면에서 충청지역 기관장, 기업인 150여 명을 초청하는 중앙일보의 ‘대전.충청지역 기관장, 기업인 만남의 날’ 골프행사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3일로 예정된 이 행사는 공직자에 대한 ‘골프 사정’이 진행되는 데도 아랑곳 않고 무더기로 공직자들을 초청해 이들이 근무시간마저 어기게 만든다는 비판이었다. 이 기사는 시내판에서 세계일보가 4단, 대한매일과 한겨레가 1단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행사를 지난해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언론계의 눈총을 받았으나 서울지역 일간지가 기사화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대부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 인사 교류의 장 마련이 왜잘못됐냐는것이다. 한 기자는 “문제 있는 행사라면 드러내놓고 하겠느냐”며 “문제제기를 하려면 지난해부터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향신문의 한 간부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경제 사정도 나쁘고 공직 기강이 사회의 쟁점이 되어 골프 내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지역 공직자들을 대규모 초청해 골프행사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견제를 위한 보도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기사로 가치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독립 언론에 걸맞게 우리 스스로나 타 언론사의 잘못들은 기사로 비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