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간 기자 스카웃이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신문사 기자들은 ‘우리 신문인데도 모르는 기자 이름이 나오더라’고 말할 정도다. 언론계에서는 기자 이동이 전보다 확산되리라는 데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인력 충원의 보편적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또한 이 추세가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뉜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경력기자를 공개 모집했을 때 15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가운데 5명의 기자를 채용한 중앙일보는 올들어 경향신문, 서울경제, 세계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에서 11명의 기자들이 자리를 옮겨왔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에서 부장 2명을 전격 스카웃해 관심을 모았던 동아일보 역시 국민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에서 15명 안팎의 기자들이 합류했다. 조선일보도 매일경제 2명, 시사저널, 연합뉴스 각 1명을 경력기자로 채용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알려진 대로 스카웃 담당 부국장을 두고 있으며 연봉계약직으로 경력기자를 채용했던 조선일보는 지난달 발표한 복지개선책에서 기존 계약직을 폐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3개사는 신입과 경력기자 모집을 병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기자 이동 활성화는 방송으로까지 확대되어 MBC가 상반기 중 경력기자 5명을 스카웃하기로 했다. MBC는 지난해 수도권 주재 기자로 경력 기자 4명을 채용한 바 있지만 본사 근무 기자를 스카웃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단순히 이동이 활발해진 데 그치지 않고 이동하는 기자의 영역도 넓어졌다. 편집 담당이나 지역주재 기자는 과거에도 이동이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 경제 담당 기자 등 일반 취재 기자들도 이동이 잦다.
이같은 기자이동은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낳고 있다. 인력유출에 따른 충원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화일보의 경우 올들어 6명의 기자가 동아일보, 동아닷컴, 파이낸셜뉴스 등으로 옮겼고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에서 15명이 충원됐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는 “마치 큰 신문과 상대적으로 작은 신문 사이에서 ‘링크’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인력 스카웃이 이른바 메이저와 마이너, 지방신문으로 꼬리를 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자들은 아직 기자 자유이동 시대가 왔다고는 보지 않는다.시발점이어디였든 애초에 인재 스카웃보다는 증면 등에 따른 인력충원 성격이 더 짙고, 내부의 수습기수 문화 역시 쉽게 허물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자리를 옮긴 한 기자는 “수습기수의 벽은 이미 각오한 일이고 들어와서도 생각과 다르지 않다. 능력으로 인정받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추세의 의미에 대해 한 신문사 간부는 “언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생긴다는 측면도 있고 능력있는 기자들이 보다 좋은 여건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 기자도 “경영진이나 고위층에서 인맥을 동원해 스카웃하는 것은 문제지만 능력에 따라 기자들이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재연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인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기자는 “지금의 현상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판단할 잣대로 보기에는 미미하다”면서 “오히려 사세를 동원한 ‘몰아치기’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활성화하는 기자 이동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그리고 기자 이동이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언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