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만희 기자의 공정위 기사 유출사건으로 SBS 내에 의견들이 분분하다. 보도국 내부에서는 “누가 빼줬냐”는 질타부터 기사 작성시스템, 항의 이전에 시도했던 공정위의 기사축소 청탁까지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사건 20여 일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누가 빼냈는지 알 수도 없고 사내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현재의 기사 작성·송고 시스템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남기 보도본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후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어와 사내 문제에 대한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 본부장은 “기자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또 그랬더라도 한국 사회의 정서 상 거절하지 못할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을 노보에 실어 사내·외에 알린 노조마저 사측과의 임금협약 때문에 별다른 여유가 없다는 답변이다.
기사를 입수한 곳으로 알려진 공정위 비서실의 유재운 과장은 “해당 직원이 보도국 기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출의 진원지가 보도국이 아니라면 이번 사건은 ‘기자 윤리’에 앞서 ‘기사 보안’의 구조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할 문제다. 공정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했던 공정위 행정소송의 패소율은 양 기자의 취재 결과가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SBS의 허약한 방송 보안체계만 드러내고 만 것이다. ‘만민중앙교회’를 비판하다 방송 도중 얼룩말이 뛰어다니던 MBC PD수첩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은 기자의 과민함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