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징계위원회(위원장 정두진)는 16일 노조(위원장 민경중)에 공문을 보내 지난 5월 24·25일 방송 제작을 거부한 보도국 기자 51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19일 개최한다고 통보해왔다.
징계위는 이들을 인사규정 제7장 42조 직무 태만, 회사 명예 훼손, 근무명령 불복종 등의 이유를 들어 징계할 방침이며, 권호경 사장은 이번 징계와 관련 “회사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 CBS 지회(지회장 한준부)는 19일 오후 1시 회사에 모여 이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며 노조는 이번 징계가 집행될 경우 정식 파업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경중 위원장은 “회사의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면 대상자 전원이 소명 절차를 위해 사장실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파업을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징계가 내려진다면 파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의 이번 징계 통보는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의 파업을 유도, 노조에 대한 재단 이사회의 반발을 끌어내려는 권 사장 개인의 강경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언론계의 한 인사는 “권 사장 주변에 제대로 조언해 줄만한 보좌진이 있다면 이같은 결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기자협회와 언론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문순·언론노련)은 17일 성명을 내고 권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CBS 보도국 기자들은 징계 직전까지도 자신들의 징계 조치를 아예 모르고 있었으며 징계발표 이후에도 징계 여부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징계위원회 소집이 알려진 16일 오후 한 보도국 기자는 “언제 일을 가지고 이제야 징계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밀린 보너스나 제대로 주고 징계했으면 좋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징계위원 중 한명인 한 간부는 언론사 사상 초유의 기자 전원 징계방침에 대해 “파업도 아닌데 방송거부를 한 경우도 사상 초유이긴 마찬가지 아니냐”라며 “그러나 기자 전원을 징계하기보다는 방송 거부의 주동자를 선별해서 징계 수위를 조절하는 쪽으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19일 오후 3시 징계위원회 개최에 앞서 권 사장은 징계 간부12명과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어 권 사장의 원칙없는 ‘당근’과 ‘채찍’을 두고 이율배반적 행동이라는 비난도 함께 일고 있다.
징계 부장 중 한 간부는 “우리를 징계하고 다시 보복 인사를 한 데 대해 반발한 기자들을 다시 징계하려 하면서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라며 “엄중한 항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점심식사는 서울지방노동사무소가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낸 부장들과 사측의 대화해결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언론노련의 안동운 조직국장도 “단체협상에 임하는 신의·성실 교섭원칙의 첫번째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교섭 진행 중에 노조원인 기자들을 징계하겠다는 권 사장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측이 밝힌 이번 징계 대상에는 보도국 기자 전원 이외에도 징계부장의 직무대행을 거부하고 방송 거부에 동참한 김은태 전북방송본부 보도국 차장 등 7명과 지난 3월 24일 부장단 징계에 항의해 스팟 방송을 내보낸 편성제작국 신동원PD 등 3명에 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까지 포함되어 있어 징계자가 모두 63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