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남북정상 첫 만남 보도, ´파격´이냐 ´정석´이냐

중앙 1면 전면사진 게재 놓고 ´설왕설래´

김상철  2000.11.16 14:42:20

기사프린트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언론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산물인 14일자 신문 가운데 눈길을 모은 건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초판부터 전면을 털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사진으로 제호까지 덮어버린 1면을 선보였다.

이 지면을 기획한 주인공은 이상국 편집부 기자. 노상훈 편집담당 부국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국장단 회의에서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결국 제작 당일 오전 1면 광고도 빼기로 하고 오후 3시 30분 경부터 들어온 사진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1면을 장식한 사진은 남북 정상 가운데 북측 경호원이 잡혀있었지만 다른 사진보다 김정일 위원장 얼굴이 선명하게 나와 채택됐다. 사진 상태보다는 ‘김 위원장 출현’이라는 메시지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노 부국장의 주문으로 1면에 실린 글은 박보균 정치부장이 쓰게 됐다. 컴퓨터도 그렇게 큰 사진을 현상한 적이 없어 애를 먹였다는 후문이다.

초판이 나온 이후 내부에서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기왕에 던진 모험수니까 밀어붙이자’고 입장이 정리됐다.

이 기자는 “어찌 보면 생애 가장 큰 뉴스이기도 한데 어떻게 제작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실제 얼굴 크기의 사진을 지면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노 부국장도 “정상회담 첫 날이니 어차피 큰 기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결국 사진 중심으로 나가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하면서 “상황에 걸맞은 편집이었다.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타사 기자들 역시 충분히 화제가 될만한 편집이었다는 데에서는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한 편집기자는 “충격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정석으로 가느냐, 파격으로 가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다. 상업적인 발상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같은 날 초판에 5단 광고를 실었다가 시내판에서는 기사 없이 사진만으로 전면을 털었다. 초판이 나온 후 부장단 회의를 거쳐 개판을 결정했다는 게 경향신문의 설명이다.

박명환 편집국장은 “타 신문들을 검토하던 중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손을 맞잡고 있는 상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마침 저녁 8시 이후 들어온 사진이 괜찮아 개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