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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서울 프레스센터

김위원장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 세워, 외신 기자들 긍정.회의적 반응 엇갈려

김호성  2000.11.16 14: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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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YTN 정치부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영접나왔을 때 화면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TBS 츠가와 타카후미)

“우리는 정상회담을 열 만큼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타이완 TVBS 알렉스 펭)

“이번 두 사람의 만남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리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을 너무 나이브하게 보는 것 아니냐?”(Newsday 에드워드 가간)

47분간의 비행과 55년만의 첫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과 설레임으로 고무된 기자에게 외신기자들의 이런 반응은 정상회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도, ‘우리가 정도 이상으로 부풀어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도 만들었다.

좀 더 냉정해지자고 마음을 추스렸지만, 프레스센터의 내신기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평양공항에서의 영접과 차량 동승, 걸걸한 목소리로 은둔자 운운할 때의 여유, 만찬에서의 원샷, 이산가족을 패러디하는 그의 유머 감각, 그리고 환송장에 나타나 김대중 대통령의 이륙 모습을 지켜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

1,300여 내외신 기자들은 이 모든 광경을 전해주는 프레스센터 내의 멀티큐브에서 눈과 귀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그간의 대북 관계 취재는 팩트에 근거한 사실 보도보다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는 추측보도가 난무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 추측이 만들어 놓은 숱한 편견과 고정 관념이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현으로 단박에 깨지는 경험을 하며, ‘기자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하물며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김정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신드롬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낯선 것보다야 친근한 편이 월등 나으리라.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왜곡된 이미지 창조의 가능성마저 우려될 여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남북 관계가 전례없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금 기자라면 다큐멘터리를 엮는 심정으로 하나 하나의 팩트를 챙겨야 할 때다.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도 정부 관계 부처는 대북 보도와 관련 이제 공개할 것은 과감히 공개해야 한다. 사안이 신중한 부분은 분별있는 엠바고 요청으로 해결할 일이지, 알음알음 사적 채널을 통한 분배식 팩트 전달로는 오히려 일을 꼬이게만 만들 뿐이다. 실제로 이같은 환경을 교묘히 이용하는 당국자들이 있기도 하다. 그들 탓에물먹었다고 투덜대는 기자는 더욱 푼수겠지만….

각설하고, 언론사 내 통일창작부라는 비아냥은 이제 종언을 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통일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