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 공동 취재는 비교적 무난하게 치러졌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지적하고 싶다. 이번 취재는 대개 볼펜 기자와 일반 카메라, 방송 카메라 등 4∼5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풀 제로 운용됐는데,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취재 기자에게는 역시 불편한 점이 많다. 가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마중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맞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해지는 순간에도 정작 공동취재단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하는 회담이나 행사 때도 풀 기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기자같은 경우 평양까지 가서 김 위원장을 한번도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게다가 마감시간에 쫓기다 보니 풀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은 풀도 해주기 전에 기사 작성부터 해야 했다. 다른 기자들은 결국 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읽어본 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뿐이었다.
이번 취재에서 절감한 풀 취재의 또다른 단점은 거의 모든 기사가 조간신문 중심으로 맞춰지다 보니 석간신문은 늘 기사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조간용 기사는 넘쳐나는데 석간용 기사는 눈을 닦고 봐도 새로울 게 없어 보였다. 물론 회담 일정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기자단이 풀제를 신축성있게 운용만 하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방북 취재 및 기사 전송 문제 등을 놓고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사이에 사소한 언쟁도 있었다. 방송과 신문이라는 두 매체간 뚜렷한 차이와 특성 때문이었다. 결국 서로가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앞으로 공동취재의 경우 이 점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자들이 추측성 보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는 이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남쪽 기자 누군들 김정일 위원장을 제대로 본 적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을 마치 머리에 뿔이라도 달린 것처럼 묘사해오지 않았는가. 물론 앞으로도 김 위원장을 사실 이상으로 미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 쓰면 될 뿐이다.
13일 저녁 평양 시내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측 대표단을 초청한 만찬때옆자리에앉았던 나이 지긋한 북쪽 인사는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는 양심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매명(買名)을 해선 안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