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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의 오늘과 내일-위기와 해결책´ <1>존재 의미

지역신문 주민봉사 위해 존재, 사주 이익 도모에서 위기 시작

문병훈 등  2000.11.16 14: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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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의 지리적 정서적 범위를 고수하는 신문이다. 한정된 지역과 한정된 독자를 상대로 발행된다는 점을 전제로 했을 때, 지역신문은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의 여론수렴 내지 이익대변을 주요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만 할 것은 지역신문의 지역성과 공익성이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역성이 공익성을 도외시하면 지역이기주의와 같은 폐단이 나타나고, 후자만이 강조된다면 지방자치시대 혹은 풀뿌리민주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시대적 소명을 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지역신문의 위기의식은 지역신문이 지역성 또는 공익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신문의 존재 의의는 우선 독자로서의 지역주민 즉 한정된 수용자에 대한 봉사정신에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중앙지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구석구석을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탐사하고 공익적 차원에서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는 자세와 행동이 바로 지역신문에서 우리가 희구하는 바람직한 언론상이 될 것 같다.

지역신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렇다면 지역신문의 위기는 과연 누구의 위기인가? 그것은 소유주의 위기일까? 적어도 광주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상황을 살펴볼 때 대답은 ‘아니다’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광주지역에서 발행되는 전남일보라는 일간지가 최근에 보여준 모습은 재무제표 상으로는 매년 수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신문사 소유주가 왜 신문사를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붙들고 있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4·13 총선 때 전남일보는 사주이자 전 회장인 이정일 씨를 당선시키기 위해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편파보도를 감행하였다. 사주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뻔뻔하게 단행된 언론 사상 유례없는 지면사유화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지역신문이 사주에게 결코 해로운 존재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주는 지역신문을 통해서 지역의 세도가로 위상이 높아지며, 기자를 통해 온갖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사주가 운영하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때로는 해당 관청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패막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남일보의 경우처럼 선거와 같은 유사시에는 선거운동의 선봉장으로 앞세울 수 있으니사주가신문의 위기를 체감하거나 신문사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신문의 위기는 언론인의 위기인가? 대답은 ‘부분적으로 그렇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신문 기자들이 실감하는 위기는 낮은 임금과 불확실한 신분보장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 가장 안정된 세 신문사에서 입사 10년 차 기자의 연봉은 1999년 말 기준 약 1500만 원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보수와 높은 노동강도는 지역신문 언론인에게 올바른 언론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언론인들이 언론의 주체로서 서지 못하고 사주나 경영진의 ‘머슴’으로 전락하여, 편집권독립을 쟁취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현상은 기자정신의 실종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자가 비판자라기보다는 정보전달자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세계적 추세와 아무 상관이 없다. 연합통신 베끼기에 맛들인 일부 지역신문 기자들이 비판은 고사하고 과연 객관적인 정보전달이나마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신문의 위기는 수용자의 위기인가? 그렇다. 수용자는 사주의 이익에 의해 왜곡되고 언론인의 안일한 손에 의해 제작된 상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발행되는 예닐곱 개의 종합일간지 내용은 거의 천편일률적이어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신문사는 많지만 독자는 특성에 맞추어서 지역신문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중앙지와 하나쯤 끼워본다는 식의 구독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중앙지가 지역판 지면을 늘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서 지역신문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이다. 이렇듯 지역주민에게 봉사하지 않고 사주나 신문사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는 상품에 소비자로서 지역주민들이 외면하는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신문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신문의 존재 의의를 무겁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사주 또는 언론인 자신의 자유와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에서 비롯되는 천부적 자유이다. 지역신문이 독자와 지역주민 모두에게 공익적 차원에서 서비스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 시민사회의 건전성과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언론인학자 시민단체 그리고 수용자 모두가 지역신문 사주의 독단과 횡포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편집권 독립 등을 위시한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공동집필:

문병훈(광주언개연 정책위원장)

임동욱(광주민언련 의장)

김성재(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민형배(전 전남일보 노조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