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 폐업 피해 보도가 연출·왜곡 시비에 휩싸였다. 기존 언론들은 외면했으나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이의를 제기해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은 글들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 논란이 또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연출 취재’로 지적 받은 대표적 사례는 지난달 22일 이민우 KBS 기자가 9시 뉴스에 보도한 ‘불치병 환자 “하루가 불안해요”’ 기사.
이 기자는 뉴스에서 의사들이 폐업 중이던 22일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의 어린이 학교에서 하프 연주를 듣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뒤 두 명의 환자와 보호자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측의 불안함을 전했다.
보도 이후 ‘암환자 부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방송 3사 뉴스게시판을 비롯한 통신상에 글을 올려 “이 기자가 아이를 잡고서 ‘선생님 보고싶어요, 빨리 오세요’ 라는 말을 시켰다”며 “TV에 나오기 싫어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모자이크 처리를 하니 걱정마라”고 하는 등 인터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한 황모 군의 보호자인 것처럼 띄워진 이 글에 대해 어머니 문모 씨는 “내가 올린 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씨는 “글의 내용이 대부분 맞지만 아이와 내가 어린이집에서 함께 나온 것처럼 얘기하는 등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게시판의 글에 대해 이민우 기자는 “모자이크 얘기는 꺼낸 적도 없다”며 “보호자의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기자는 “복도에서 황군을 만나 ‘친한 선생님 있느냐, 보고싶지 않느냐’고 몇 번 묻자 황군이 자발적으로 ‘의사선생님 보고싶어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라고 말해 나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누군가가 다른 게시판에서 악의적인 답변을 해 항의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이번 보도에 대한 정식 답변을 24일 KBS 뉴스게시판에 올렸다. KBS는 환자 부모를 사칭해 맨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을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우 기자는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측은 황군의 보호자에게 KBS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초 5일 경 퇴원 예정이던 황군을 지난달 24일 퇴원조치 했다.
SB에서도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민주 기자가 환자 곁을 지키는 부부 의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내자 이 의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사내 인터넷에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누군가가 무단으로 SBS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띄워 이 기자는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았는데, 이후 이 기자를 사칭하는 사람이 무성의한 답변을 다른 게시판에 올려 네티즌의 더 큰 반발을 샀다.
이 기자는 “답변을 하려 했으나 올라온 항의 중에 진지한 얘기가 없었고 논란을 더해줄 뿐이라며 게시판 운영자도 말렸다”면서 “사태가 좀 더 가라앉기를 기다려 답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인터넷 상으로 폐업 피해 왜곡·연출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인터넷이 지닌 대안 언론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지만, 익명성을 이용한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글은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인터넷 상의 글에 대한 주의를 요망했다. 이와 관련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과 방송’ 7월호에서 언론이 인터넷 상의 글을 기사화하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