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폐업이 한창이던 지난 6월 22일. YTN의 시사 해설 대담 프로인 ‘집중조명’에서는 <의료계 집단 폐업-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제목의 방송을 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의 이강원 사무국장과 서울의대 교수이자 건강연대 정책위원장이며 인도주의 실천의사협회 소속 의사인 김용익 교수가 출연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의료계의 집단 폐업을 주제로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출연자를 배제하고 시민 대표만 출연시켜 집단 폐업의 부당성만을 토로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경고 조처했다.
이같은 방송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언론사의 자율적인 제작을 제약하는 부당한 간섭으로 상식 이하의 판단이라고 규정하고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난 6월 22일의 집중조명은 의사와 정부 관계자 또는 의사와 약사가 나와 쟁점 사항을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국민의 생명이 힘 있는 소수에 의해 희생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폐업을 하고 있는 의료계에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대담 프로이다. 따라서 이해당사자가 아닌 시민대표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방송위의 주장대로 의약분업 실시의 직접 당사자인 의사만 참여치 않은 것이 아니라 정부 관계자도 약사도 참여시키지 않았다. YTN은 이 프로그램 방영에 앞서 ‘집중조명’은 물론 일반 뉴스를 통해 의료계 폐업의 쟁점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반복 보도한 바 있다.
둘째, 방송을 비롯한 언론은 사실 보도뿐 아니라 논평과 해설의 기능도 갖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어떤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당시 거의 모든 신문과 다른 방송도 논설이나 해설 그리고 사설 등을 통해 의료계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병원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셋째, 방송위원회는 힘센 소수의 목소리를 왜 대변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처럼 힘센 소수의 목소리가 어느 단계를 넘어 공공의 안녕 질서를 해칠 때 다수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자 정의인 것이다.
넷째, 만약 지금까지 의료계의 집단 폐업이 계속돼서 많은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고 할 경우에도 언론은 항상 양비론과 양시론의입장만을되풀이하라는 말인지 묻고 싶다. 방송위원회의 주장대로라면 명분에 밀린 의사회가 방송 출연을 거부할 경우에는 병원 집단 폐업과 관련한 어떤 프로그램도 만들 수 없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방송위원회의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더불어 너무나도 단세포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방송위원회가 국민을 위한 기관인지 소수의 힘센 의사를 위한 기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