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시행령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지난 7월 4일 발표된 동법 시행령은 지난 1969년 3선개헌반대투쟁 이후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당사자들을 대부분 포함시켜 정부추정 집계에 따르면 1만7000여 명이 보상 대상이 된다. 시행령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두고 그 밑에 4개 분과를 두어 실질적 심사를 맡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 구성과 선정될 위원의 면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행령’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개념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권력에 항거한 것’은 물론 ‘국가권력이 학교, 언론, 노동 등 사회 각분야의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에 항거한 것도 곧 국가권력에 항거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행령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폭넓은 개념규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칼을 휘두른 자가 사용자라 하더라도 국민이 정권의 억압결과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례라면 모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실질적’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직언론인의 경우 80년 해직언론인은 확실히 동법 보상대상으로 인정되고 있는 반면 75년 해직언론인의 경우는 다소 애매하게 처리될 소지가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지난 권위주의 정권시절 두 번에 걸쳐 언론인 대량 해직사건이 벌어졌다. 박정희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하의 동아·조선일보의 언론인 해고사건과 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인 집단 해직사건이 그것이다. 그런데 내용상으로는 똑같이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에 의해 이루어졌던 언론인 해직사태가 형식논리로 보면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80년 해직언론인들의 경우는 신군부가 직접 나서 자행한 것으로 위 보상법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80년 해직언론인에 대해서는 ‘보상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정부관계자들이 누차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그런데 지난 1975년 벌어진 동아일보 언론인 대량해고사태는 다소 ‘복잡한’ 부분이 있다. 해고된 언론인과 권위주의 정권 사이에 ‘사용자’(=언론사주)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주가 개입되어있기 때문에 개별 언론사별로문제를해결해야한다는 편의주의적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75년의 동아일보 사태나 80년의 언론인 해직사태는 ‘권위주의 정권의 사회통제, 그 수단으로서의 언론통제의 결과’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80년 해직언론인에 대한 보상과 동아일보 해직언론인에 대한 보상에 차이가 나서는 안된다.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이 당연히 동법 보상대상에 포함됨은 물론 만일 80년 해직언론인에 대한 보상을 위해 ‘특별법’이 마련된다면 이들 동아일보 해직언론인에 대해서도 특별법을 제정해 보상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시대를 마감하고 민주와 화해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이 보상법의 궁극적 목표라면 그에 걸맞는 ‘세심한’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젊은 기자들은 이후 우리 사회 민주화와 언론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노력’의 이면에는 당사자의 고통은 물론 그 가족들의 ‘눈물’이 배여 있다.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민주화된 것은 그들의 ‘고통’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이름으로 그 ‘고통’과 ‘눈물’은 보상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