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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주·장] 기자들의 여름 나기

심신 단련.자기 개발 등 재충전 기회 삼아야

편집국  2000.11.16 17: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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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듯 만듯 장마가 스쳐지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옆사람 살만 닿아도 짜증나는 계절이지만 반가운 손님이 있다. 휴가가 바로 그것이다. 숨돌릴 틈 없이 바쁜 기자의 일상 속에서 휴가란 상상만 해도 반가운 이름이다. 일부 기자들은 이미 올 여름 휴가를 마치거나 보내고 있다. 짧게는 사나흘에서 열흘 안팎까지 주어지는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심하는 시간을 한번 가져봤으면 한다.

휴가는 말 그대로 일상 속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여가를 즐기는 시간이다. 평소 취재와 편집, 기획 부담 등 스트레스에 찌든 심신을 달랠 모처럼의 기회인 것이다. 올 들어서만도 기자 몇 명이 과로로 유명을 달리했다. 일 속에 파묻혀 휴식을 제대로 갖지 못한 탓이 컸다.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고 있다.

올 휴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뜻도 건강하지 못하면 한낱 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름 휴가는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만큼,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재충전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가령, 평소 잊고 있던 명작을 읽으며 더위를 이기는 것도 좋으리라. 또는 외딴 섬이나 고즈녁한 절간을 찾아 자연에 몰입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썩 괜찮은 휴가 보내기가 아닐까 한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거나, 온종일 걸으며 ‘국토순례’를 해보면 어떨까? 이런 느낌이 절로 날 것만 같다. ‘그다지 보잘 것 없어뵈던 우리 산하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디지털 세대라고 자부하는 젊은 기자들일수록 이같은 아날로그식 휴가를 보내는 것이 세대간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급속한 디지털화에 영 자신이 없는 기자들은 신세대 생활문화를 이해할 좋은 기회로 활용하길 바란다. 하루쯤 PC방이나 DDR방에 들러 그들 문화에 흠뻑 젖어봄직하지 않겠는가?

예전, 기자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설계를 게을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구체적인 전략 대신 그저 하루하루 보낸 셈이다. 이번 기회에 중장기적인 자기계발 플랜을 세워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물론 이같은 일들은 1주일 안팎의 휴가기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지 모른다. 우리는 그래서 일부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안식월같은 기자 재충전 제도의 도입을 권고한다. 충분한 휴식 없이 능률적인 업무 생산을 기대할 수없기때문이다.

휴가철이 되면 생기는 기우 한두 가지가 있다. 비행기표, 고속버스표 등 교통수단에서 콘도, 호텔 등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민폐에 관폐를 덧끼치던 게 지난날 기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올 휴가부턴 이런 일들이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욱 그럴 리는 없지만, 휴가비란 명목으로 주고받는 촌지 관행 역시 이젠 사라져야 한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휴가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는 것도 이번 여름, 기자들이 얻을 소중한 소득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가를 마친 기자들의 입에서 이런 탄성이 절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기자생활 중 가장 멋진 휴가였어. 새 천년 첫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