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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켜·며] 언론의 ´지정좌석´

김상철  2000.11.16 17: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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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이후 언론단체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나, 성명을 낼 때나, 토론회를 할 때나 빠짐없이 등장하던 언론발전위원회(언발위) 구성 요구가 일단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물론 언발위 구성을 단정할 시점은 아직 아니다. 문화관광위를 거쳐서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적으로 통과해야 할 과정이 남아있다. 더 나아가면 구성 이후에는 또 어떤 문제로 삐거덕거릴지 모를 일 아닌가.

그만치 언발위에서 논의할 과제가 만만찮다. 문제는 만만찮아 보이는 그 과제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투명성 강화, 판매·광고시장 정상화, 편집권 독립, 취재 시스템 개선 등 이런 사안들은 끊임없이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해온 과제들이었다. 언론 스스로 공론화 시키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방기한 결과, 새삼스럽게 언발위의 과제라는 이름으로 이를 다시 접하는 셈이다. 결국 언발위 구성을 발의하는 과정도 시민언론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언론사 경영진이나 일선 기자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했고 이제 또다시 언론의 참여를 기다리는 자리가 ‘생기려고 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반응은 두 가지 아닐까 싶다. 적극 참여하거나, 언발위 구성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동향파악하고 정보보고로 소화하고 말거나….

하지만 언발위가 아니더라도 언론 스스로 참여해야 하는 ‘지정좌석’이 비어있는 한 언론의 개혁, 변화, 발전… 표현이 무엇이든 익숙한 요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언론이 ‘스스로도 안하면서 자리 만들어줘도 안한다’는 욕을 먹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