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의 복지증진을 위해’에서 ‘복’자의 ‘ㄱ’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실제 벌어진 일로 신문발행 후 독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어 멀쩡한 사람을 살인자로 내몰았다. 또 성씨인 ‘시(施)’자가 시(弑)자로 바뀌어 시씨 문중에 씻지 못할 천추의 한을 남기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일 어업협상 이후 어획고가 줄어들자 고데구리가 성행하고…, 일자리를 잃은 수산업 종사자들의 취업 활성화 대책을 세우라’는 요지의 기사에서 ‘고데구리를 활성화해야 된다’로 둔갑한 적이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고데구리’란 의미를 몰라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 외 ‘단합’과 ‘담합’, ‘전락’과 ‘전략’ 등의 낱말이 잘못 쓰임으로써 큰 혼란을 초래한다. 이같은 예는 교열업무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순 교정에서부터 문장 점검과 내용 검토에 이르기까지 교열자의 업무는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연합뉴스의 경우를 보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표기할 때 한글 이름과 괄호속에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기사 서비스 차원에서 한글과 한자를 함께 적는 것 같다. 연합뉴스를 게재할 때 한자 표기나 약물부호는 각 사(社)의 표기원칙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방대한 기사분량을 누가 읽고 일일이 통일시킬 것인가. 실제 대부분의 신문은 중구난방식 표기로 일관성을 잃고 있다. 또 1개의 틀린 글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야 한다.
교열자는 성실성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박학다식을 겸비해야 한다. 또한 투철한 책임의식도 지녀야 한다. 교열기자는 기사 검열을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 잘못된 언어를 바로잡아 올바르고 참 정보를 전달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다. 신문제작에 있어 최후의 보루이자 최초의 독자이기에 글자 한자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교열은 질 높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필수과정이며, 신뢰성 제고에도 큰 구실을 한다. 꼭 거쳐야 할 단계를 등한시하고 무시한다면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함은 물론 사이비 언론을 자청하고 나서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